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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의 맨체스터 더비, 아스날과 토튼햄의 북런던 더비, 리버풀과 에버튼의 머지사이드 더비 등 무수한 라이벌전이 있다. 이 라이벌전들은 큰 주목을 받고, 팬들도 다른 경기 결과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 덕에 팬들과 선수들은 매년 비슷한 일정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매너리즘을 피할 수 있고, 축구 흥행에도 도움이 되니 라이벌전은 리그 전체를 활성화 하는 좋은 이벤트다.
더비 매치는 기본적으로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하는 팀 간의 대결이다. 맨체스터 더비와 북런던 더비는 말 그대로 맨체스터·북런던 지역을 연고로 하는 팀 간의 대결이고, 머지사이드 더비 역시 리버풀에 있는 머지강을 사이에 둔 앙숙 리버풀과 에버튼의 대결을 가리키는 말이다.
가까운 곳에 있는 팀끼리 라이벌로 묶이는 건 아무래도 경쟁 상대가 근처에 있으니 자연히 좀 더 신경 쓰며, 자주 비교하게 되는 심리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잠실 야구장을 함께 쓰는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라이벌 의식도 이와 비슷하다. 물론 그 속에는 과거에서 비롯된 역사적 대립, 혹은 경쟁 구도를 발생케 하는 요인들도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우리 프로축구는 어떨까? 현재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는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 매치’가 세계 7대 더비로 인정받을 정도이나, 그 밖엔 이렇다 할 큰 라이벌전이 없다. 한국에는 하나의 도시에 하나의 축구팀이 있는게 전부여서 라이벌을 형성하기엔 심리적·물리적 거리가 멀었던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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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변화의 계기가 마련됐다. 2013년부터 2부리그(K리그)가 새로 출범하며 수도권에 몇 팀이 새로 생긴 것이다. 새롭게 프로란 명함을 달게 된 팀들 중 눈여겨봐야 할 팀은 부천 FC 1995다. 부천 FC는 부천 SK(現 제주 유나이티드)가 제주도로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생긴 팀이다. 과거 부천 SK를 지지하던 팬들이 힘을 모아 만든 구단인데, 예전부터 열렬했던 서포터스가 지난 수년 동안 팀을 꾸준히 발전시킨 끝에 프로화에 성공했다.
부천 FC의 프로화가 더 반가운 이유는 슈퍼 매치에 밀려 관심을 덜 받던 인천 유나이티드에 라이벌이 생겼다는 점이다. 인천은 거리상 서울이나 수원이 라이벌이 돼야 맞는데, 이 두 팀이 일찍이 라이벌로 자리 잡아 외로운 신세였다. 그런데 수원이나 서울보다 훨씬 가까운 부천 지역에 팀이 생겼으니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인천과 부천은 바로 맞닿아 있고, 지역 번호도 032를 함께 쓸 정도다.
두 팀 간 재미있는 스토리도 하나 있다. 김봉길 인천 감독의 아들 김신철은 2013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부천으로 입단했다. 거기에 어린 시절 부천 SK의 열정적 팬이었다고 하니 어찌 보면 운명의 장난에 가깝다. 장수들을 거느리고 아들의 팀을 무찌르러 오는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팀을 이기기 위해 그라운드를 누비는 아들의 대결이 되기 때문이다. 혹 김신철이 인천을 상대로 맹활약한다면, 김 감독은 아들을 향해 다소 서운한 눈빛을 보낼 수도 있겠다. “I' m your Father(내가 네 애비다)!”라는 유명한 영화의 대사를 읊조리면서 말이다.
물론 당장 두 팀의 라이벌전은 성사될 수 없다. 인천은 2013시즌을 K리그 클래식에서 보내고, 부천 FC는 K리그에 머물러야 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두 팀이 같은 리그에 포함돼 라이벌전을 벌일 날이 그리 멀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 두 팀의 대결을 ‘032 더비’라고 부르는 건 어떨까? 서울과 수원의 슈퍼 매치보단 멋스럽지 않은 이름이지만, 두 팀이 서로 경쟁하며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기엔 딱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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