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있는축구=서형욱] 한국프로축구연맹이 K리그 구단들의 연봉 내역을 공개했다. 선수별 상세 내역과 고액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선수의 연봉이 제외되기는 했지만 팬과 미디어의 강력한 요구에 화답한 연맹의 결정은 여러 면에서 의미있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개인적으로는 연봉 공개가 선이요, 이를 감추는 것은 악이라는 논리에 그리 공감하지는 않는다. 연봉 공개가 선수 영입에 과도한 비용을 들이는 걸 막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럴까. 온전히 투명한 공개는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선수 연봉을 공개하지 않는 유럽 축구 클럽들은 그렇다면 악인가? (유럽 언론의 보도는 모두 추정치다.) 연봉 발표가 정례화된다면 거품이 빠질 것인가? 아니, 실제로 거품이 있기는 있는 것일까?
![]() 경남FC의 2013 K리그 홈 개막전에 몰려든 관중들 (사진=경남FC) |
발표에 따르면, K리그 클래식 소속 14개 구단의 국내 선수 467명이 받는 총 연봉은 682억원대다. 선수당 평균 연봉은 1억5천만원이 조금 안되는 것으로 발표됐다. 국내 언론들은 여기에 프로야구 수치를 들이댄다. 9개 구단의 국내 선수 471명이 받는 총 연봉이 447억에 불과하며 평균 연봉은 1억이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심지어 “프로야구보다 인기도 없는 K리그가!”라는 뉘앙스의 기사를 덧붙인다. 객관적 수치의 힘은 실로 놀라워서 이렇게 놓고 보면 ‘K리그는 인기도 없는 주제에 프로야구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K리그는 정말 많이 반성해야 할 것 같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반박할 대목이 너무 많아 뭣부터 써야할지 모를 정도다. 발표된 자료만을 나란히 놓고 K리그 비관론을 펼치는 것은 무책임하거나 무의미한 주장에 불과하다. 몇 가지만 정리해보자. 첫째, 수치는 그저 수치일 뿐이다. 원하는 논지를 정해두고 그에 맞게 가져다 쓰면 그만이다. 수치에는 늘 함정이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K리그는 선수들이 받는 수당도 포함해 연봉으로 산출했다. 반면, 매체에서 사용한 프로야구 연봉 통계에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승리나 연승 등에 따라 받는 수당(메리트)이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직접적인 비교를 하는 건 의미있는 일인가. 수치의 단순 비교가 넌센스인 이유는 이 밖에도 많다. 입단시 받는 계약금의 격차, 선수단의 규모를 감안하지 않는 수치 비교는 무의미하다. 프로야구 각 구단별 선수-코칭스태프 합산 인원은 K리그에 비해 많게는 두 배 이상 많다. 이렇게 차이나는 두 종목의 선수단 규모를 무시한 채 K리그 선수들의 연봉이 많다고 비판하는 것은 불합리의 극치라 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변수를 모두 소거하고 수치를 비교하는 것을 ‘음모’로까지 치부하는 K리그 팬들의 답답함은 괜한 투정이 아니다.
둘째, 시장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비교는 무의미하다. 우선, 프로야구는 시장이 좁다. 한국을 떠나면 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일본이나 미국이 아니면 굳이 옮길 이유가 없다. 경쟁 시장이 적으니, 선수를 붙잡아두기 위해 고액 연봉을 줄 일도 별로 없다. 반면, 축구는 전세계가 경쟁 시장이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은 물론이고 유럽의 50여개 리그, 미국과 남미, 호주, 중동 등 K리그 내에서 후보로 뛰는 선수라해도 밖으로 나가면 둥지 틀 곳이 많다. 당연히,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긴 계약과 높은 연봉으로 선수를 잡아두어야 한다. 이 차이를 외면한 채 단순히 연봉 액수를 비교하는 것은 온당한가.
셋째, 제도의 차이를 직시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시장의 차이에서 비롯된 고용 제도의 차이는 K리그와 프로야구를 직접 비교하는 것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프로야구는 닫힌 시장이다. 선수들이 마치 노예계약처럼 구단에 묶여있는 형국이다. 사실상 반 종신 계약에 가깝기 때문에 베테랑 톱스타가 아니면 팀을 떠날 수 없다. 직장 선택의 자유란건 존재하지 않는다. 경쟁 시장이 적기 때문에 가능한 이처럼 폐쇄적인 구조는 근로자(선수)가 아닌 고용주(구단)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변화시켰다. 반면, K리그는 세계 축구의 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이적료 없이 누구든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다. 심지어 계약 기간 중에도 이적하는 경우가 많다. 갈 곳이 많으니 야구처럼 고용주들의 담합에 의한 선수들의 이동 제한이 불가능하다. 프로야구가 K리그보다 저렴한 연봉으로도 선수들을 묶어두는게 사실이라면, 가장 큰 이유는 담합과 카르텔 탓이 크다. 그렇다면, 평균 연봉의 차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제도의 차이를 먼저 지적해야 한다. 아니, 나아가 이처럼 선수들의 권리를 제약하는 시스템의 차이를 비판하고 개선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존재 이유 아닐까
다시, ‘고액’의 기준은 무엇인가. 서로 다른 종목, 굉장히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두 종목을 비교하면서 ‘거품’이나 ‘고액’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과연 얼마나 온당한 태도인가. 예를 들어, 매출이 많은, 그리고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즐겨보는 방송사 기자들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신문사 기자가 있다면, 그 신문사는 그 자체로 비난받아야 하는가.
지난 5일, 롯데와 기아의 프로야구가 펼쳐진 사직야구장 3루석 풍경. 야구도 매번 이런 사진만 보도한다면 좋겠는가. 편견은 언론이 만드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