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새벽 5시가 넘었네요. 술을 못 마시는 내가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고, 곧 아침이지만 졸리지가 않습니다. 경기 전 선수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난 천만다행으로 좀 일찍 와서 경기 준비에 조금 힘을 보탤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날은 정말 자원봉사 가기 싫습니다. 구석에서 모든 장면을 놓치지 않고 보면서 추억에 빠지고 싶은데... 대신 조금 일찍 선수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라커룸. 선수들끼리도 오랜만에 만난 사이는 서로 인사를 하고 안부를 합니다. 모두 반가운 표정입니다. 오직 팬을 위해 전국, 심지어 외국에서도 온 선수들입니다.
45분 전후반이라는 소리에 살짝 배도 나온 선수들이 걱정을 합니다. 25분 4쿼터 아니면 30분 3쿼터로 하자.. 45분 뛰면 죽는다.. 하지만 결국 40분 전후반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대신 선수 무제한 교체, 추가시간은 없는 것으로 결정.(하지만 주심이 무슨 생각이었는지 후반을 50분 이상 했죠?) 경기장 대여시간,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 등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OB는 모두 밝은 표정. 와 줘서 고맙다는 말에는 모두 한결같이 "당연히 와야죠"라는 대답. 크게는 월드컵, 적어도 K리그 출신 또는 현역 선수들이 작은 운동장도 신경쓰지 않았고, 경기장에서 멀리 떨어진 라커에서 유니폼을 갈아 입습니다. 곽경근 선수의 유니폼의 'SK' 마킹은 오래되어 너덜거립니다. "오랜만에 뺐더니 이렇게 됐네" 멋적은 웃음.
날씨 정말 추웠죠? 반바지 입기에는 너무 춥디는 의견. 하의는 긴바지를 입기로 했습니다. 체감 온도는 영하 15쯤 아니었을까요? 명단에 없던 선수들도 보입니다. 이용발 선수는 애초 참가 명단에 없었죠. 명단에 없었는데 쑥 나타나니까 더 반가운..
금요일 저녁 차는 무지하게 막히고.. 몇명의 선수들이 교통문제 또는 갑자기 터진 집안 일로 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애초 35명 예상에서 줄잡아 30명에 달하는 높은 출석률.
이게 꿈일까요? 윤정환, 이원식, 남기일, 이성재... 우리의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를 설레게 했던 그 멤버들이 모두 있습니다.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이 포지션을 짭니다. 즉석에서 이뤄졌습니다. 누군가 "성재에게 찔러줘. 그러면 성재가 알아서 할꺼야".. 모두 웃음.. 이성재 선수의 대답은 "이제 그게 안되요" 포지션 잡고 들리는 한마디. "다 뭐해야 되는지 알잖아?" 그리고 그들은 경기 중에 자신들이 뭘해야 하는지 보여줬습니다.
후반에 주로 나오던, 상대는 알고서도 당했던 이원식 선수가 스타팅입니다. 윤정환도, 서포터들 팀에 자주 보이던 분과 결혼하여 큰 아이가 8살인 윤정춘 선수도.. 아.. 모두 다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니폼니시 시절 통역을 했던 분도 계셨다는 것. 이 경기를 앞두고 니포 감독과 통화를 했답니다. 니포 감독은 헤르메스에게 안부를 전했고, 경기의 성공을 기원했습니다. 그도 이 경기가 열렸고 그리고 그 의미를 알고 있습니다. 우린 정말 복도 많습니다. 수년내 더 많이 흑자 내서, 니포감독 비행기 태워서 OB팀 감독자리에 앉힙시다.
경기 시작. 윤정한 선수가 열심히 수비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 노장 조성환 선수는 풀타임 활약. 벤치에 있으면 추우니까 뛰는 게 낫다는... 후반에 이원식 선수 다시 나왔는데 혹시 벤치가 추워서? ^^ 이용발 선수가 골키퍼로 그리고 필드플레이어로.. 박성철 선수는 현역 때보다 낫던데요? 김대건, 신현호 등 모두 플레이가 깔끔했습니다. 남기일 선수도 무지하게 뛰던데... 마치 승리 수당이라도 걸린 경기처럼...
경기는 보신대로 입니다. 부천FC 1995 선수들도 최선을 다 했지만, 테스트 중인 선수를 상당수 기용하는 등 아직 팀웍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인 데다가, OB선수들이 워낙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하여 2-1로 OB가 승리했습니다.
경기 후 식사. 선수들이 갹출을 해서 밥을 먹겠다는 것을 단장님의 도움과 구단의 약간 부담으로 해결하기로 하고 식사를 했습니다. 곽경근 선수는 몇번이나 "우리가 알아서 먹겠다. 이러지 마시라"를 연발합니다. 윤정환 선수는 일본의 시민구단 사례를 설명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은 이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일부 소모임과 자원봉사하신 분들이 우연찮게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었으니 같이 들으신 분들도 있을 듯.
"그때는 정말 축구할 맛이 났었는데... 헤르메스 정말 대단했어요. 최고 였지요. 특히 수원과 경기는 정말 즐거웠어요. 붉은 서포터와 파란 서포터.. 정말 대단했는데..."
"맞아 언젠가 목동에서 한 경기는 정말... 지금봐도 재미있어. 아깝게 졌는데.."
"1-5로 지고, 다음해에 바로 5-1로 되갚은 일도 있었지"
"정말 고맙죠. 부천 서포터는 포스가 달랐어요. 없던 힘까지 났으니까"
"부천시절 축구가 그리워요. 우리나라에서 그런 축구를 하는 팀이 없었으니까. 요즘 일본이 그런 축구를 시도하더라구요"
"먼길을 마다않고 원정을 오곤했죠. 다 기억합니다."
"오늘 서포터가 정말 많이 왔어요. 날씨도 추운데... 아는 얼굴이 많았고, 반가웠어요"
"아직까지 헤르메스 같은 서포터를 본 적이 없어요. 쩌렁쩌렁했고, 팀을 사랑하는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졌으니까"
우리만의 사랑은 아니었죠? 듣고 싶었던 말은 다 들었습니다. 식사를 못간 조준호 선수는 먼저 가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갑자기 그렇게 떠나게 되서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렇게 갑자기..."
그게 조준호 선수의 결정이 아니었지만 몇번이고 이 말을 되풀이 했습니다. 부끄럽다며 굳이 소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박철, 김한윤 선수는 사정상 경기는 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경기에 못 뛰는 상황에서도 모두 멀리서 와주었습니다.
식사 후 헤어지는 시간. 이번 경기 준비하면서 우려했던 것이 "다음에도 이렇게 만날 수 있을까"였습니다. 하지만 기우일까요? 한결같이 "언제든 불러달라"며 떠났습니다. "당연히 온다"는 말도 뒤따랐습니다. 아예 "내년에는 더 제대로 하자"는 선수도 상당수였습니다. 그리고 주위의 팬들에게 계속 손을 흔들며 떠났습니다. 사인공세, 촬영공세도 엄청났습니다. 식당 아주머니가 윤정환 선수 손을 만지고는 좋아라 하며 뛰어 갑니다. 식당을 지나던 몇몇 사람들이 선수들을 보더니 눈이 커져서 한참을 바라봅니다.
꿈 같은 하루가 지났습니다. 마침 제휴를 추진 중인 AFC윔블던에서 이메일이 와서 협상이 무척 진전된 날이기도 합니다. 예솔이가 마이크를 잡았을 때는 주책없이 눈물이 났습니다. 지금도 이름 하나하나를 부르면 뭐가 울렁 거립니다. 고향을 찾아오듯 가방 하나 걸치고 부천을 찾은 모습 하나하나가 머리에 사진처럼 찍혔습니다.
곽창규 감독님은 선수들 사이를 다니며 내년에 우리팀에서 뛸 선수, 코치할 선수를 찾느라 바쁘셨습니다. 그 결실이 맺어지면 또 감당할 수 없도록 기쁘겠죠?
아침이 다 되어서 곯아 떨어지면 오늘 기억을 하나라도 놓칠까봐 일단 이렇게 메모하고 한숨 자야겠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여기 남았고, 우리 팀도 선수단도 남았습니다. 이제 새시즌 준비할 때 입니다. 정말 좋은 구단 만들어서 다음해에 OB가 더 즐겁게 찾아올 수 있는 팀을 만들어 갑시다.
참, 선수들 하나같이 이번 경기 기념으로 만든 수건을 소중히 가지고 갔습니다. 슬쩍보니 몇개 더 챙기는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팬들에게도 팔았죠? 한정판인 것 같던데.. 나도 막판에 겨우 하나 샀습니다. 휴~
그리고 You'll never walk alone.. 팬만이 할 수 있는 건 아니군요.
라커룸. 선수들끼리도 오랜만에 만난 사이는 서로 인사를 하고 안부를 합니다. 모두 반가운 표정입니다. 오직 팬을 위해 전국, 심지어 외국에서도 온 선수들입니다.
45분 전후반이라는 소리에 살짝 배도 나온 선수들이 걱정을 합니다. 25분 4쿼터 아니면 30분 3쿼터로 하자.. 45분 뛰면 죽는다.. 하지만 결국 40분 전후반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대신 선수 무제한 교체, 추가시간은 없는 것으로 결정.(하지만 주심이 무슨 생각이었는지 후반을 50분 이상 했죠?) 경기장 대여시간,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 등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OB는 모두 밝은 표정. 와 줘서 고맙다는 말에는 모두 한결같이 "당연히 와야죠"라는 대답. 크게는 월드컵, 적어도 K리그 출신 또는 현역 선수들이 작은 운동장도 신경쓰지 않았고, 경기장에서 멀리 떨어진 라커에서 유니폼을 갈아 입습니다. 곽경근 선수의 유니폼의 'SK' 마킹은 오래되어 너덜거립니다. "오랜만에 뺐더니 이렇게 됐네" 멋적은 웃음.
날씨 정말 추웠죠? 반바지 입기에는 너무 춥디는 의견. 하의는 긴바지를 입기로 했습니다. 체감 온도는 영하 15쯤 아니었을까요? 명단에 없던 선수들도 보입니다. 이용발 선수는 애초 참가 명단에 없었죠. 명단에 없었는데 쑥 나타나니까 더 반가운..
금요일 저녁 차는 무지하게 막히고.. 몇명의 선수들이 교통문제 또는 갑자기 터진 집안 일로 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애초 35명 예상에서 줄잡아 30명에 달하는 높은 출석률.
이게 꿈일까요? 윤정환, 이원식, 남기일, 이성재... 우리의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를 설레게 했던 그 멤버들이 모두 있습니다.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이 포지션을 짭니다. 즉석에서 이뤄졌습니다. 누군가 "성재에게 찔러줘. 그러면 성재가 알아서 할꺼야".. 모두 웃음.. 이성재 선수의 대답은 "이제 그게 안되요" 포지션 잡고 들리는 한마디. "다 뭐해야 되는지 알잖아?" 그리고 그들은 경기 중에 자신들이 뭘해야 하는지 보여줬습니다.
후반에 주로 나오던, 상대는 알고서도 당했던 이원식 선수가 스타팅입니다. 윤정환도, 서포터들 팀에 자주 보이던 분과 결혼하여 큰 아이가 8살인 윤정춘 선수도.. 아.. 모두 다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니폼니시 시절 통역을 했던 분도 계셨다는 것. 이 경기를 앞두고 니포 감독과 통화를 했답니다. 니포 감독은 헤르메스에게 안부를 전했고, 경기의 성공을 기원했습니다. 그도 이 경기가 열렸고 그리고 그 의미를 알고 있습니다. 우린 정말 복도 많습니다. 수년내 더 많이 흑자 내서, 니포감독 비행기 태워서 OB팀 감독자리에 앉힙시다.
경기 시작. 윤정한 선수가 열심히 수비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 노장 조성환 선수는 풀타임 활약. 벤치에 있으면 추우니까 뛰는 게 낫다는... 후반에 이원식 선수 다시 나왔는데 혹시 벤치가 추워서? ^^ 이용발 선수가 골키퍼로 그리고 필드플레이어로.. 박성철 선수는 현역 때보다 낫던데요? 김대건, 신현호 등 모두 플레이가 깔끔했습니다. 남기일 선수도 무지하게 뛰던데... 마치 승리 수당이라도 걸린 경기처럼...
경기는 보신대로 입니다. 부천FC 1995 선수들도 최선을 다 했지만, 테스트 중인 선수를 상당수 기용하는 등 아직 팀웍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인 데다가, OB선수들이 워낙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하여 2-1로 OB가 승리했습니다.
경기 후 식사. 선수들이 갹출을 해서 밥을 먹겠다는 것을 단장님의 도움과 구단의 약간 부담으로 해결하기로 하고 식사를 했습니다. 곽경근 선수는 몇번이나 "우리가 알아서 먹겠다. 이러지 마시라"를 연발합니다. 윤정환 선수는 일본의 시민구단 사례를 설명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은 이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일부 소모임과 자원봉사하신 분들이 우연찮게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었으니 같이 들으신 분들도 있을 듯.
"그때는 정말 축구할 맛이 났었는데... 헤르메스 정말 대단했어요. 최고 였지요. 특히 수원과 경기는 정말 즐거웠어요. 붉은 서포터와 파란 서포터.. 정말 대단했는데..."
"맞아 언젠가 목동에서 한 경기는 정말... 지금봐도 재미있어. 아깝게 졌는데.."
"1-5로 지고, 다음해에 바로 5-1로 되갚은 일도 있었지"
"정말 고맙죠. 부천 서포터는 포스가 달랐어요. 없던 힘까지 났으니까"
"부천시절 축구가 그리워요. 우리나라에서 그런 축구를 하는 팀이 없었으니까. 요즘 일본이 그런 축구를 시도하더라구요"
"먼길을 마다않고 원정을 오곤했죠. 다 기억합니다."
"오늘 서포터가 정말 많이 왔어요. 날씨도 추운데... 아는 얼굴이 많았고, 반가웠어요"
"아직까지 헤르메스 같은 서포터를 본 적이 없어요. 쩌렁쩌렁했고, 팀을 사랑하는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졌으니까"
우리만의 사랑은 아니었죠? 듣고 싶었던 말은 다 들었습니다. 식사를 못간 조준호 선수는 먼저 가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갑자기 그렇게 떠나게 되서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렇게 갑자기..."
그게 조준호 선수의 결정이 아니었지만 몇번이고 이 말을 되풀이 했습니다. 부끄럽다며 굳이 소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박철, 김한윤 선수는 사정상 경기는 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경기에 못 뛰는 상황에서도 모두 멀리서 와주었습니다.
식사 후 헤어지는 시간. 이번 경기 준비하면서 우려했던 것이 "다음에도 이렇게 만날 수 있을까"였습니다. 하지만 기우일까요? 한결같이 "언제든 불러달라"며 떠났습니다. "당연히 온다"는 말도 뒤따랐습니다. 아예 "내년에는 더 제대로 하자"는 선수도 상당수였습니다. 그리고 주위의 팬들에게 계속 손을 흔들며 떠났습니다. 사인공세, 촬영공세도 엄청났습니다. 식당 아주머니가 윤정환 선수 손을 만지고는 좋아라 하며 뛰어 갑니다. 식당을 지나던 몇몇 사람들이 선수들을 보더니 눈이 커져서 한참을 바라봅니다.
꿈 같은 하루가 지났습니다. 마침 제휴를 추진 중인 AFC윔블던에서 이메일이 와서 협상이 무척 진전된 날이기도 합니다. 예솔이가 마이크를 잡았을 때는 주책없이 눈물이 났습니다. 지금도 이름 하나하나를 부르면 뭐가 울렁 거립니다. 고향을 찾아오듯 가방 하나 걸치고 부천을 찾은 모습 하나하나가 머리에 사진처럼 찍혔습니다.
곽창규 감독님은 선수들 사이를 다니며 내년에 우리팀에서 뛸 선수, 코치할 선수를 찾느라 바쁘셨습니다. 그 결실이 맺어지면 또 감당할 수 없도록 기쁘겠죠?
아침이 다 되어서 곯아 떨어지면 오늘 기억을 하나라도 놓칠까봐 일단 이렇게 메모하고 한숨 자야겠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여기 남았고, 우리 팀도 선수단도 남았습니다. 이제 새시즌 준비할 때 입니다. 정말 좋은 구단 만들어서 다음해에 OB가 더 즐겁게 찾아올 수 있는 팀을 만들어 갑시다.
참, 선수들 하나같이 이번 경기 기념으로 만든 수건을 소중히 가지고 갔습니다. 슬쩍보니 몇개 더 챙기는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팬들에게도 팔았죠? 한정판인 것 같던데.. 나도 막판에 겨우 하나 샀습니다. 휴~
그리고 You'll never walk alone.. 팬만이 할 수 있는 건 아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