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한명의 몸값이 수천억하고, 주급이 수억인 시대.
더이상 축구가 스포츠가 아니라 머니게임인 시대.
그래서 사람들은 시티를 손가락질 합니다.
"너희들은 돈밖에 없다. 영광이 없다. 역사가 없다."
전 그들의 말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시티는 제2의 창단이라 불러도 좋을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그 계기는 중동의 막대한 "돈"이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티를 손가락질하는 그들이 누구인가요?
매년 선수 이적에 수백억을 쏟아붓는 팀.
해외의 유망주를 법적 허술함을 이용하여 낚아채서 키우는 팀.
은행의 막대한 부채를 지고 팀을 리빌딩하는 팀.
"그 누가 시티에게 돌을 던지랴"
다만.
문득 세팀이 생각납니다.
이들 앞에서 우리는 한없이 숙연해질 수 밖에 없으며, 기억해야만 하는 팀들입니다.
진정한 축구팀이 무엇인지.
우리 시티가 앞으로 어떠해야 할지를 보여주는 팀들입니다.
서포터즈를 자신들의 존재가치로 생각하는 아래의 세팀을 기억해주세요.
1. FC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
통칭 유맨. 맨유와 시티라는 거대한 맨체스터 2강 사이에서 외로이 하위리그에 자리잡고 있는 팀.
시티와 지역 연고이기에 더더욱 기억해야할, "진짜 맨유".
맨체스터 축구의 기원을 아시나요? 맨체스터는 영국에서도 유명한 공업 밀집 지역입니다.
맑스가 [자본론]에서 묘사한 영국 근대 산업 자본주의의 지역이 바로 맨체스터이지요.
이곳의 노동자들의 유일한 취미가 바로 축구였습니다. 축구를 하고, 축구를 보는 것.
그것만이 그들의 지친 삶을 달래주었지요. 그래서 맨체스터 축구는 강했습니다.
시티는 그런 맨체스터의 중심부에 자리잡은 클럽이었고, 맨유는 중심부(시티) 주변 지역들이 연대해서 만든 클럽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더 이상 축구는 노동자의 스포츠가 아니게되었습니다. 점차 전문화된 클럽으로 변모했으니까요.
이제 더 이상 노동자들은 축구선수가 아닙니다. 하지만 대신 그들은 지역 서포터즈가 되어 자신의 일생을 클럽과 함께했습니다.
소개할 유맨의 원류는 맨유입니다. 맨유가 점점 상업화되어가고, 시티와는 다르게 지역 팬보다는 해외 마케팅이 치중해가자
팬들은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미국인 말콤 그레이저가 인수하면서 철저하게 상업화된 클럽으로
바뀌었지요.
그러자 맨유 팬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돈을 모았고, 선수를 모았습니다. 직접 이사진을 꾸렸고, 감독을 선임했습니다.
팬들에 의한 시민구단. 그것이 바로 FC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 유맨입니다.
유맨은 2,600명의 서포터즈에 의해 창설되었고, 자본이 아니라 팬에 좌지우지 되는 스포츠라는 자신들의 가치로 축구 선수들을
끌어모았습니다.
그리고 2005년 10부리그에서 창단. 곧바로 우승컵을 손에 쥐고 7부리그까지 올라와있습니다.
어제 재밌는 기사가 났습니다. 이후에 소개할 부천과 유맨은 똑같은 시민구단인데요,
이번에 부천이 유맨을 초대하여 경기를 갖습니다. 당연히 비행기 값이나 체류 비용은 부천이 감당하지요.
그런데 유맨쪽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저가 항공을 이용하고 싶습니다."
이유는 바로, 서포터즈들과 함께 가고 싶어서랍니다. 자신들이 고가 항공을 무료로 이용하면 서포터즈와 따로 올수 밖에 없지요.
2. AFC윔블던
골수 프리미어 팬이시라면 윔블던 FC라는 이름을 기억하실껍니다.
무려 14년간 프리미어리그에 잔류하다가 99~2000시즌에 강등된 팀입니다.
그런데 강등된 이후, 구단이 재정난에 허닥이다가 120km나 떨어진 곳으로 연고 이전을 하게됩니다!
팬들의 충격은 가히 이루 말할수가 없었지요. 구단이 팬을 배반하고 떠나가다니요.
그렇게 해서 윔블던FC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MK돈스가 탄생했습니다.
무려 113년의 역사가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도 팬들이 나섰습니다.
팀이 비즈니스의 도구일 뿐이어서는 안된다며, 팬들이 직접 창단한 시민구단이 AFC윔블던입니다.
2002년 9부리그에서 시작했고, 파죽지세로 6부리그까지 올라와있지요.
3. 부천FC 1995
먼저 이들을 기억합시다.
"헤르메스"
95년 pc통신 동호회로 시작한 이들은 97년 공식 서포터즈로 출범했고 붉은 악마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이들이 응원하던 부천sk는 2006년 2월 제주도로 연고이전을 해버렸습니다. 모기업인 sk가 팬들의 의사를 완벽하게
무시한 결정이었지요.
k리그에서 가장 열정적인 팬들이 팀을 잃은 것입니다. 언제나 k리그 서포터즈의 역사에서 선두였던 헤르메스는
또한번 사고를 칩니다. 바로 2008년 2월 K3리그에 부천fc 1995창단!
팬이 운영하고 팬이 뛰는 구단. 그렇지만 열정하나만큼은 정말 k1~3리그 통틀어 최고인 구단.
공개적으로 선수를 모집했고, 회사원에서부터 이주노동자까지, 부상 축구 선수에서부터 공익요원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모여서 부천 FC 1995를 창단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무려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ㄷㄷ(물론...나갈 곳이 없기도 합니다.-_ㅠ)
이들은 앞서 소개한 AFC윔블던의 형제 구단이기도합니다. 윔블던에서 헤르메스와 부천FC 홈페이지를 보고
먼저 연락했답니다^^
그리고 곧 유맨과 친선경기도 갖지요!
언젠가 부천FC가 K1리그에서 제주를 깔아뭉개는 날을 꿈꿔봅니다.
물론, 풀뿌리 축구따윈 안중에도 없고 승강제는 신경안쓰는 K리그의 현실상,
윔블던과 유맨의 기적은 당분간 한국에서 보기 힘들지도 모르지만요.
쓰고보니 스압이 좀 있군요^^;
요즘 스포츠 마케팅이 일상화되어있습니다.
레알처럼, 막대한 빚을 이용해서 거물급 선수를 영입하고, 이를 이용해 방송 중개권을 팔고,
그 방송 중개권을 담보로 다시 빚을 지는 현실.
거품은 커져만 가지만, 노동자의 삶 속에서 시작했던 축구, 그 축구를 함께하고 응원하던 서포터즈는 갈 곳 없는 현실.
이 현실 속에서 시티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참 오묘한 감상에 빠지곤 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시민과, 노동자와, 팬과 함께하는 팀들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FC맨체스터, AFC윔블던, 부천FC.
시티도 팬들과 더욱 가까운. 팬을 위한 클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대륙컵 몇회 우승, 리그 몇회 우승, 그런건 부차적인 겁니다.
우승해야 사랑받을수 있는 클럽이라니 웃기지도 않습니다.
사랑 받기 위해서 돈을 써야하는 클럽 바라지도 않습니다.
팬과 소통하고 서로 사랑하는 클럽. 시티가 그런 클럽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 맨유가 아니라 시티를 좋아하게됐던 계기도 지역사회와 더 밀접하기 때문이었거든요.)
출처-http://cafe.naver.com/mancityworld.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4941
시민들이 만든팀은 성공해야 합니다.! 꼭꼭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