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경기 이후 선수들이나 코칭 스텝이나
많이 긴장하고 준비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경기를 보면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의도적으로 마무리를 좀 지어보려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런데 잘 되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스쿼드?
저는 이건 핑계라고 봅니다.
본래 국내리그에서 더블 스쿼드라는 라는 말은
전북현대같은 팀이 리그 중에 리그, FA컵과 함께 챔스까지 할 때
나오기 시작한 말입니다.
프리미어리그 보시면
주전이 일년 내내 더블로 확확 바뀌던가요?
K리그 다른 팀도 선수 2세트 들고 바꾸며 하나요?
일주일에 한 경기입니다.
축구가 직업인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 경기인데
리그 하느라 지친다?
말도 안된다고 봅니다.
선수층이 얇다? 이건 핑계입니다.
지금 우리 선수 숫자 보세요.
주전 15명 정도 빼고, 나머지 경기에 못 나오는 자원들
두명 뽑을 꺼 경기에 나올 자원 한 명 뽑지 그랬나요?
스쿼드가 문제라면 시즌 전에 이런 상황이 너무나 뻔한데
방치했다는 게 바보도 아니고 말이 됩니까.
뭘 그렇게 많이 뽑아 가지고 안 한다던 R리그까지 하면서
축구 훈련 시켜줍니까.
이미 뽑은 거 그렇다 치고
아무튼 일주일 한 경기에 힘들어서 못 뒨다?
당장 다른 직업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전술 문제...
글쎄요. 골 먹은 게 전술적 상황일까...
그냥 상대 놓친 거 아닌가요?
앞에 선수 놓고 벽에 대고 슛하는 거..
크로스 부정확한 거...
상태가 이러면 전술은 백약이 무효입니다.
전술 좋으면 뭐해요. 공이 안 올라가는데..
그럼 문제가 뭘까요?
경기를 보며 느낀 건 일단 체력이 엄청나게 빠져 있습니다.
선수들이 기본적인 준비가 안 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몸을 잘 간수하고 있지 않다고 봅니다.
리그 초반 자만심에 빠져서 몸관리 소홀하게 한 것이 누적되어
지금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 최강 독일도 자만에 빠져서 (풍문에 따르면) 훈련 안 하고
게임만 한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 선수들도 리그에 집중하기 보다는
뭔가 다른 일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팀내 갈등일 수도 있고, 개인적 취미일 수도 있고,
팀 외 인간관계 문제일 수도 있고, 돈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까지 관리하는 게 프로인데 아직 선수들은
경기에서 보다시피 프로라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 보이구요.
지난 경기 후 "아 이거 안 되겠구나" 이런 생각으로
준비를 했을 테지만.... 한번 떨어진 멘탈과 피지컬은 입으로 외친다고
절대 바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옆에서 멘탈 잡으라고 소리치고 정신과 의사가 붙어서
좋은 말 해줘도 다 소용없습니다.
무의식이 놓아버린 멘탈은 훈련 의욕과 근육의 힘을 다 빼버립니다.
회복에는 적어도 한달 정도 걸리기 때문에..
이르면 다음 경기, 늦으면 8월 중순 이후부터 좀 달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반전이 없다면...
팀의 올 시즌도.. 각 선수들의 미래도 아주 불투명 합니다.
사실 유소년 시장이 포화 상태에서 선수들의 미래는
더 좋은 팀, 외국, 지도자인데...
2부리그 초반 몇 연승에 취해서 정신줄 놓은 선수들이
이룰 수 없는 꿈들입니다. 심각하게 각오 다져야 할 것 같네요.
사실 잔소리도 가능성이 있을 때 합니다.
잔소리하는 데에도 품이 많이 들어요.
경기도 봐야 하고, 생각 안 나면 다시보기도 해야하고
그럼에도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면 팬들은 말을 하게 되지만
그런 기대마저 없으면 시간 낭비 안 하고 다른 일 하겠죠.
재미있는 일이 많은 세상에서...
우리 선수들이 사실
제가 두어달 전에 하나하나 거명하며 쓴 글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괜찮은 선수들입니다.
하지만 좀 나아진 상황에서 대략 만족하고 몸에 힘 다 빠진 것 같군요.
이걸 컨트롤 하는 게 선수의 클라스와 미래를 좌우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해내야 합니다.
대략 60년대 경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은 경기장 밖에
미쳐 날뛰는 팬의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이 경기 지면 난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이를 악물었다고 하더군요.
그런 살기가 리그를 세계 최고로 올렸다고 봅니다.
하다못해 J리그 우라와 레즈 같은 팀도
경기 전에 상대 팀과 과거 역사를 반추하면서
내가 다음 경기 때 왜 이겨야 하는지 다잡고
심지어 팬들도 그런 기억을 되살리며
경기 전에는 웃지도 잡담도 매체 인터뷰도 하지 않습니다.
부들부들 떨면서 경기장 들어갑니다.
(우리 언론이 경기 전 챔스 경기 온 우라와 레즈 서포터 인터뷰 갔다가 쫒겨낫죠.
경기에 집중해야 되디가 가라고)
어려울 때 일수록 위로를 해서 선수들에게 힘을?
말도 안된다고 봅니다.
그건 부모님들이 쫓아다니던 대학까지 학원 축구구요..
여기는 약육강식의 정글입니다.
지금 프로 축구선수지만 내년에 소속 없으면 그냥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냥 백수만도 못한 한량됩니다.
기술도 지식도 마땅치 않잖아요.
그런 사선 위에 당신들이 서 있는 겁니다.
주변에 그런 친구 많잖아요.
돈 내고 오는 소비자들이 음식 맛 없다고 주방장 힘내라고 합니까?
말도 안되는 소리구요.
당연히 맛 더럽게 없네 다시는 안 와.. 더 나아가서 불매운동도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팬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로열티있는 집단이니까
제발 좀 잘 하자고 이런 말도 하는 거구요..
이렇게 해도 될까 말까한 것이
승부의 세계이고.. 그런 어려움을 요구하기 때문에
선수 몸값이 1억 2억 3억 최고 리그에서 몇 십억 하는 겁니다.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기회가 오는 분야입니다.
부천 선수들, 당신들 축구 선수로 만들기 위해 헌신한 부모와 가족
돈 써가며 목 터져라 외친 팬들을 배신하지 말기 바랍니다.
그들이 무슨 죄가 있어서 2부리그 몇 승하고
정줄 놓아버린 선수들 만나야 한답니까.
클라스 높은 선수들 둔 부모와 아내와 아이들은
전생에 무슨 복이 있어서 그런 아들, 남편, 아빠를 뒀답니까.
당신들도 그 좁다던 관문 뚫고 프로 왔습니다. 일단 한숨 돌렸죠.
여기서 정말 한스텝만 더 나가면 지금과 또 다른 세계인데,
한 번 해봅시다.
팬들이 지랄해서 더러운면 잘 해서 딴 데 가세요.
여기는 그런 곳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여기서는 더 험한 말도 들을 수 있습니다.
(잘 되셔서 잉글랜드 가시면 열배는 더 험한 말 들으실 꺼구요.
개고기 먹는 미개인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뛰셔야 합니다.
세계로 눈을 넓히면 축구판 중에 이 정도면 조용한 곳입니다)
정신 다 잡으시기 바랍니다.
패배의식 빠질 필요없습니다.
제 상태 돌아오면 쉽게 해결될 일입니다.
이럴 때 서로 격려하는 게 도움됩니다.
팬들에게 쌍욕 먹고 있는 이때
선수들끼리라도 단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