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조금 자극적이었나요? 최근에 안태현의 이적 문제로 말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달갑지 않은 거래이면서도 우리가 그간 추구해온 목적을 두고 보았을 때 큰 문제는 없다라는 생각임을 먼저 밝히면서 시작하겠습니다.
그동안 이적으로 인한 달갑지 않은 기분을 어느 정도 표출하는 것에 대한 모양새는 견제적측면에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생길 문제에 대한 우려 그리고 주변인들간에 불미스러운 일들이 생기는 것을 보면서 서로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고 이 팀의 방향성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먼저, 우리 팀과 SK와의 관계는 크게 분류하자면 세 가지 시기로 구분하면 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창단시 SK의 금전적 지원 ( + 유니폼 스폰서 마킹 문제 )
두 번째 SKT와의 프로모션
세 번째 프로 이후 ( 이창민 , 임동혁 , 안태현 )
우리 팀은 창단 시기에 매년 2억(3년간)이란 돈을 SK 에너지로부터 받게 되면서 K3에 참가할 수가 있었던 것은 아마 많은 분들이 아는 사실일 겁니다. 스폰서가 SK임에도 불구하고 축구팀을 만들고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들만의 전략 그리고 명분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명분이라 함은 첫번째로 SK는 우리에게 아픔을 주었다라는 것에 대한 배상적 성격 두번째로 지원금에 대한 어떠한 조건이 붙어있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시 부천의 한 의원이었던 구단주를 필두로해서 TF팀이 직접 발로 뛰어 협상을 이끌어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결코 좋은 환경에서 이 팀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리그 가입비에 개인 돈이 들어가고 구단 직원 연봉은 1800만원에 단 한 명뿐이었으며 부족한 일손을 충당하기 위해 매 경기마다 서포터들이 자원 봉사로 경기를 준비하면서 겨우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이 연 3억정도의 예산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듣자하니 이번 안태현 이적료가 최소 3억 이상은 되어 보입니다만 당시에는 그 돈 조차 없어서 자존심 구겨가면서도 내 팀 다시 만들어 보겠다고 명분을 내세우며 부천 FC 1995는 그렇게 출발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문제는 유니폼 마킹에서 발생합니다. 조건 없이 돈을 주었는데 왜 굳이 유니폼 어깨에 마킹을 하느냐? 라는 것이었습니다. 유니폼을 사지 않겠다라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많이 시끄러웠는데 여기서 우리는 ‘전략’ 을 택했습니다. 추가 후원사 영입에 있어서 대기업의 로고는 활용이 가능하다라는 판단에서 였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더 길어지니 당시 TF팀에 계셨던 신동민님의 과거 글을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09년에는 TF 팀에서 SKT 프로모션 대행사를 통해 좋은 건수를 잡았습니다. 여기에서도 부천은 전략적으로 움직였었습니다. 대기업을 활용해 최대한의 홍보효과를 끌어 모음과 동시에 당시 걱정이었던 SK 후원이 끊기는 이 후를 대비하기 위해 추가의 후원금을 얻어내려 했던 것이죠. 그렇게 부천은 SKT에서 추가 후원금을 얻어내면서 자금 걱정을 일부 덜 수가 있었습니다. 다시 생각하면 K3 당시 부천 FC 1995 의 자금의 상당수가 SK의 돈으로 운영되었고 그 후원이 끝날 때즈음 부천시로 눈을 돌려 안정적인 자금은 얻어 내려 했던 것이 초기에 내셔널리그 (지금의 K3리그)였던 목표가 K2리그 창설에 맞추어서 프로화로 이루어진 것이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되돌아보면 SKT 프로모션 때도 여기저기서 태클이 많았습니다. 당시에는 부천 팬 내부의 논쟁보다는 외부와의 싸움이 주가 되었습니다. SK 돈 받아 창단한 구단이 또 SKT에 이어지니 적잖은 비판 혹은 비난이 있었던 것이죠.
그럼에도 당시 우리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SKT 프로모션은 ‘비지니스적 관계’ 로 이루어졌다라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기에 프로모션 확정이 되었을 때는 그간의 노력의 보상을 받는 듯한 기분으로 모두가 기뻐하는 모습을 과거 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간 SK 에게 돈을 받아오면서 이 팀을 계속 응원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스스로 얻어냈다는 것이며 명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SK의 돈을 받는다는 것이 자존심에 금이 가는 일에서 멈추지 않고 나중에 우리가 더 큰 구단이 되어서 진짜 구단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실리를 챙길 수 있다면 확실히 안고 가는 형태였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여타의 K3구단처럼 중간에 사라지는 구단이 되었을 지도 모를 정도로 당시 TF팀이 ‘생존’ 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것이 눈에 선하고 또 존경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일례로 후원금이 제 때 안 들어와서 겨우 개인 사비로 메꾸어서 선수 수당을 준 일도 있을 정도로 매해 운영비 걱정에 시달렸던 구단이라 당시에 ‘생존’ 과 ‘실리’ 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했습니다.
부천은 현재 프로에 있지만 여전히 소규모 예산의 구단이고 한 때 승격이란 희망에 따른 무리한 투자 등으로 인해 수십억의 빚까지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K3 시절을 보면서 순수하게 지원금을 몇 억씩 끌어오는 것은 아주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고 스포츠 팀 자체가 유명 구단 제외하고는 절대로 흑자로 돌아갈 수 없는 구조인 것도 잘 아실겁니다. 사실 시에 구단을 맡기려 했던 것도 자금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 안정을 추구 하려 했던 하나의 방법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이창민부터 시작해서 안태현까지 절대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었다면 저는 오히려 챙길 수 있을 때 챙기는 것이 맞다라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우리랑 SK는 레알이나 바르샤 혹은 밀란 구단들과 같이 거의 동등한 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쟤네들은 1부리그이고 우리는 2부의 소규모 예산팀인 것은 주어진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존심에 금이 가고 마음이 아픕니다. 단, 이 문제로 우리들 스스로 싸워 무너지는 것보다는 꾸역꾸역 구단이 성장해서 나중에 우리가 너네 선수 사오는 날만 기다린다라는 자세로 받아들였을 때 우리는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쉬운 예로 삼성전자는 샤프의 기술과 자본이 초기에 들어갔습니다. 이후에는 일본의 주요 인력들을 돈으로 스카우트해서 회사를 발전시켜 나가기도 했습니다. 포항제철 역시 신일본제철의 기술과 자본이 투입되었습니다. 허나 지금의 삼성전자와 포스코는 샤프 그리고 신일본제철보다 더 큰 회사가 된 상태입니다. 저는 우리 구단이 삼성과 포스코처럼 보기 좋게 성장해서 SK를 때려부술 수 있는 구단이 되기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실리를 버리고 자존심만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결과물이 현대의 북한이라고 생각하는데 현 운영주체가 마음에 안 들면 K4? K5에서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그러면 우리들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대신 누군가 매년 수억을 끌어서 올 수 없다면 더 아래 리그에서 있어야 하겠지요.
우리가 구단의 과거와 정체성을 논하지만 결국 부천 FC 1995가 걸어온 길 자체가 생존이었고 실리를 추구하면서 미래를 봐왔습니다. 어찌 보면 지금 우리가 ‘자존심’ 만을 생각하는 것이 되려 부천 FC 1995 존재 자체를 부정하게 되는 셈일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수 거래는 비지니스적인 관계로 이해하되 충분히 실리를 챙길 수 있는 거래였는가에 대한 여부. 그래도 상대가 SK이니 그 기준을 더 높게 잡았는지 여부로 판단을 하는 것이 ‘거래’ 자체를 부정하는 것보다는 맞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 SK에게 선수를 팔아? 미쳤냐? 절대 안돼“ 이러한 이야기에서
“SK에게 제 돈은 주고 판거 맞나? 그 돈으로 말 많은 빚을 확실히 갚든가 이에 맞는 선수를 영입하든가 하길 바란다. 가뜩이나 기분 안좋은데 엄한 곳에 쓰기만 해봐라 가만 안 놔둘거니까”
이런 느낌으로 가는 것이 더 좋은 방향이지 않을까란 생각입니다.
‘구단’ 이 아닌 ‘선수’ 에 포인트를 잡아도 역시 같습니다. 우리는 가능성 있는 선수를 받아서 잘 키워서 더 큰 구단에 팔아서 이익을 남기는 구조로 가야하는 것이 우리 규모에서는 맞습니다. 되도록이면 선수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구단이 되어야 어떤 선수든 간에 우리 구단에 오는 것에 있어서 거부감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SK가 좋은 조건을 제시했는데 팀 역사 문제상 특정 팀에게 대한 이적은 금지한다라고 한다면 선수 입장에서는 자신이 팔려나갈 수 있는 팀이 하나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부천을 꺼리게 되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원칙은 있어야 하겠지요. 이적 대상 팀은 상위 리그 혹은 아챔에 진출할 수 있는 팀일 것 등등. 같은 값이거나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면 SK는 되도록 배제한다 등등..
안태현 선수 개인 입장에서도 93년생이면 이제 서른이고 프로 생활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을거라고 본다면 되도록이면 좋은 조건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나이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적 대상 팀이 그 팀이기에 좋은 시선으로 볼 수만은 없겠지만 단순히 우리 개인에게 대입해보면 완전히 이해 못할 일도 아니죠.
구단의 대응에서도 아쉬움도 있습니다. 안태현 이적 기사가 나온 당일 창단 14주년 게시물을 보면서 참 프로답지 못 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니 상대 쪽에서 공개를 해버려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라고 들었는데 상대 팀과 미리 협의할 수 있는 부분이었고 공개 될 우려가 있었다면 어차피 5배수 주기도 아니기도 하니 애초에 14주년 게시물 자체를 안 올리는 편이 더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조화 문제는 따로 둘 곳이 없어서 그대로 인수 거부가 되었다고 하는데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입니다. 주변에 양해를 구해 일정 시간 두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고 봅니다. 정 문제가 된다면 둘 곳은 얼마든지 있었다고 봅니다.
구단과 팬의 의견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구단과 선수 , 선수와 팬과의 관계 역시 그렇습니다. 사실상 구단이 운영 주체이니 가장 많이 부딪힐 수 있는 대상이죠. 더군다나 과거처럼 소통 창구가 남아있는 것이 아니니 앞으로 그 간극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혹시나 하는 말이지만 어떠한 일이 있든 생각의 차이가 존재 한다고 해서 팬이 무시될 수 있는 문제는 신중히 생각하여 결정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각자의 의견은 다릅니다. 우리는 항상 그렇게 지내 왔습니다. 저와 다른 의견을 가지신 분들이나 저나 구단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NATE님의 글을 보았을 때 기분이 많이 좋았습니다. 두 아들과 경기 보러 다닐 수 있어서 행복 하다 했던 글이요. 비록 팀 성적 그리고 팀 규모로 보았을 때 보잘것없는 팀 일지는 모르지만 거기서 생기는 커뮤니티, 가족과 함께한다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을 겁니다. 무엇 보다도 복잡한 현 사회에서 같은 목적을 가지고 함께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 이라고 생각합니다. 의견은 다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몇 십년을 함께한 인연을 버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상입니다.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했으면 좋겠습니다.
과거 SK의 돈으로 운영비 마련하고 행사를 진행할땐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받든지, 말든지.
안받았을때? 뭐 아리수리그 참가하다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르는 안양시티즌인지 뭔지하는 무슨 조기축구회처럼 운영하다 완전히 잊혀졌겠죠. 거기까지는 말씀하신대로 실리적 선택이 맞다고 생각하고 저도 그렇게 합리화하며 지난 십수년을 지냈습니다.
근데 최근 이적건은 다른 선택을 충분히 할 수 있었음에도 굳이 그쪽을 선택했다는겁니다. 그 몇푼 차이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가 걔들한테 받은 돈이며 지원이며 말씀하신 내용처럼 합리화 하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그 공든 탑이 다 무너지는 심정입니다.
걔들이 타 구단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는데 그것조차도 조롱으로 보이고 치욕적인 생각이 듭니다. 오호라 다른 구단이 이정도 제시했다고? 그럼 니들이 이 돈에도 꿈쩍 안할까? 그래 안받기 어렵지? 이돈 받고 극성팬들 좀 떨궈내. 옳지 잘한다. 너네 구단이 이런 선택을 하는데 팬들은 앞으로 우리 만나도 연고이전이네 패륜이네 뭐라하지말어~ 돈은 돈대로 받고 욕하는건 이상하잖아~
돈줄때는 친구고 경기때는 숙명의 라이벌이며 양보해서는 안되는 피말리는 승부.. 가능한 얘깁니까? ㅎ
15년전 연고이전 이후로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제주도 가서 쌍욕한번 박아주고 오는게 평생 소원이었는데
언젠가 만나게 되더라도 이제는 그럴 이유 구실 명분하나도 없어보여요.ㅎ 상대방들이 얼마나 같잖게 볼까. 상상만 해도 쪽팔리고 치욕적이네요.
생각할수록 ㅈ같아서 잠도 안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