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저는 축구선수가 축구만 잘하면 모든게 용서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최소한 축구판에서는요.
극단적으로 음주운전이고 폭행이고 나발이고 축구선수가 축구 잘하면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고요. 외국은 뭐 몇개월 빵갔다 오고고 프로선수 잘만 하기도 하고요.
우리팀 모 선수.
그 선수 유튜브 하는 것 알고 있고, 축구 외적인건 하던지 말던지 별 관심없어서 저는 전혀 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올라온 영상의 썸네일이 저를 무척 자극하길래 한번 봤더니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내용을 요약하면
1. 축구하는 동안 축구만 잘 하면 다 해결된다고 세뇌 받았다.
2. 하지만 아니다. 축구 잘해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게 아니고, 축구를 잘 하려면 나머지 문제들을 해결해야 축구에 집중(잘) 할 수 있다.
3. 나는 축구가 재미없어져서 부업을해서 금전적으로 자유로워졌고, 금전적으로 자유로워져서 축구가 이제 재밋어졌다.
4.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투명하고 순수한 축구를 지켜내길 바란다.
내용의 큰 줄기는 이런데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선수가 최고참으로서 후배들을 이끈다는게 말이 되는건지 싶습니다.
까놓고 한줄 요약하면 나 부업으로 돈 벌어서 이제 축구 취미로 한다는 소리인데 특히 우리팀에는 저연봉 받는 어린 선수들이 많을텐데 옆에서 후배들이 '선배님은 부업해서 돈 많이 버시잖아요'라고 해도 '아니다, 나 축구 오래해서 벌어야한다. 니네들도 열심히해라'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후배들한테 저런소리 하고 다니면 팀 분위기 어떻겠습니까?
축구 취미로 하면 왜 돈 받고 프로선수 합니까? 아마추어팀 나가서 순수한 축구하면 되지. 뛸 팀 없으면 제가 뛰는 팀 와서 뛰어도 됩니다. 하고 싶은대로 맘대로 해도 뭐라고 할 사람 하나도 없으니까 여기 오세요.
부업할려고 우리팀 왔습니까? 그렇다쳐도 이렇게 대놓고 티는 내지 말아야죠.
지도자 연수는 왜 받습니까? 요새 유소년 지도자들도 사생활 없이 밤새 축구공부만하고, 그렇게 열심히 하는 지도자들도 기회 한번 못얻는게 대부분인데 부업하면서 지도자까지 할려고요? 같은 축구인으로서 안부끄러울까요?
축구 잘한다고 모든게 해결되지 않는다? 축구 선수가 축구 못하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쓰면 쓸 수록 화가 나서 그만 써야겠네요. 축구 20년 넘게 보면서 우리팀 선수한테 이런 감정 느끼는 건 처음이네요.
그 선수께 한마디만 하고싶네요
본인 말대로 축구에만 집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