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지나고 많이 식었습니다. 축구가 뭐라고.. 밤새 이상한 꿈을 꾸고, 지금 정신이 없는데.. 어제 경기를 다시 떠올리고 있습니다. 꾹 참고 하이라트도 여러 번 돌려 보았습니다. 실점 장면 보니, 그때 그때 우리 선수들 표정을 보니 저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순간순간 열심히 뛰는 모습이 안스러웠습니다.
부천의 빌드업은 공이 미들까지 힘겹게 오고 그 이후가 없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상대 문전 앞까지 많이 오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성남전과 부산전이 그랬습니다. 이런 점에서 감독은 최근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경기는 나쁘지 않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남은 문제는 어렵게 문전에 와서 슈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최전방 라인까지 공이 오면, 첫 터치를 자신과 골키퍼 사이 공간에 떨구고 바로 때려야 하는데, 이걸 잡아서 뒤로 떨구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이 어찌하여 자신과 골키퍼 사이로 배달이 되어도 슈팅 금지법이라도 있는 것인지, 성남전에서 루페타와 최병찬 두 선수의 움찔과 부산 전에서 이의형의 슈팅 대신 슬라이딩이.. ㅠ.ㅠ
부천의 빌드업이 문전에서 수비 진영, 수비 진영에서 미들까지, 미들에서 상대 문전 앞까지 완성이 되었다면 이제 퍼스트 터치와 빠른 슈팅 연습을 집중적으로 해야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경기 결과가 나쁘니까 "빌드업 왠 말이냐 빨리 올리자"는 의견이 관중석에서 터져나오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감독의 전술과 의도에는 지지를 보냅니다.
성남, 안양, 부산전 최근 경기에서 크로스는 정말 정말 정말 아쉬웠습니다. 길거나 짧거나 무의미한 크로스. 골키퍼에게 배달되는 크로스. 어제 같았으면 장면 하나 하나 이야기 하면서 울분을 토했을 텐데, 이 정도로만 하겠습니다. 우리 선수들 크로스는 높이, 낙하지점 조준이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럴 바에는 너무 붙이지 말고(붙이면 대체로 키퍼가 잡음), 최종 라인에 우리 선수에게 준다는 느낌으로 툭 올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공간, 우리 선수 이동 이런 거 생각하지 말고요.
어제 경기 막판 슈팅 두 개 찬스 모두 결정적이었는데 떴습니다. 이거 두 개 만 들어 갔어도 무승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좋은 장면인데... 결정력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어제 경기 바시니는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새로운 역할을 준 것 같은데, 선수의 스타일에에 맞는 역할을 준 점은 아주 좋았습니다.
우리 수비는 닐손과 전인규, 정호진이 뛰었는데, 실점이 많은 경기임이도 불구하고 저는 이 세 선수 모두 아주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수비 세 선수와 바시니 이렇게 네 선수가 어제 눈에 띄었습니다. 역시 실점이 많았지만 김형근 골키퍼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정호진의 중거리 슛은 아주 좋았습니다. 뒤늦었지만 전인규 선수 우리 구단에 온 것 환영하고, 좋은 커리어와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기 바랍니다.
첫 실점은 사이드 백업 선수가 크로스를 막지 못했고, 그 크로스가 우리 선수들 여럿을 통과하며 상대 선수에게 배달된 상황이었습니다. 부천으로서는 운이 이렇게 없을 수 있나 싶습니다. 두번째 실점도 미들에서 복귀한 선수들의 마크가 아쉬웠고요, 상대 외국인 선수의 주발을 알 텐데, 킥 자체를 막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세번째 실점은 전인규, 정호진 두 선수의 협업이 아쉬웠는데, 실점을 만회하기 위해 닐손이 올라간 상태였기 때문에 수비 숫자가 부족했고, 골키퍼 가랑이 사이로 공이 빠지는 등 안 되는 날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운과 불운도 결국 실력에서 비롯될 때가 많습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부산은 부천보다 최소 한 단계 이상 위에 있는 팀입니다. 성남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양도 그렇고요. 특히 안양의 경우 곧 전용구장 생기고, 오늘 지지대 더비 같은 경기 번 몇 하고 나면 부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럽이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수도권 팀이기 때문에 경기마다 4~5억 벌어들이는 지방 중위권 팀 이상의 수익이 예상됩니다.(저는 가끔 부천이 프로축구팀을 가질 자격이 있는 도시인가 의심이 됩니다. 앉아서 다른 팀의 발전을 지켜보는 느낌이 듭니다. 정체는 퇴보입니다.)
이영민 감독 부임이후 리그 꼴찌를 했을 때도 팬들은 박수를 쳤습니다. 이제 잘 될 것이다. 이제 만들어 갈 것이다. 그 이후 수년이 흘렀습니다. 그간 플옵 근처까지 가는 등 성과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나아진다고 하지만, 올 시즌도 그렇고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감독 탓만 하기 어려운 것이.. 냉정하게 말하면 다른 클럽에 비해 선수단 구성이나 시 또는 스폰서의 투자 등의 차이가 많이 납니다. 팀 리빌딩에 투자는 당연한 전제 조건입니다. 우리는 돈 이거밖에 없어, 그래도 시간은 줬잖아. 성과 내야지? 이런 접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부천이 안산, 아산, 천안, 청주, 김포 등보다 나은 게 뭘까요?
올해 경기마다 특히 팬들이 일희일비가 큰 것은 올 시즌 기대가 컸기 때문 같습니다. 우리 팀이 중위권도 어렵다는 생각으로 시즌을 시작하면 그렇지 않을 텐데, 올해는 승격이라는 생각으로 시즌을 시작한 팬들이 적지 않고, 구단에서도 올해는 더블 스쿼드다. K1에서 좋은 선수 데리고 왔다 등의 이야기가 흘러나오며 기대감을 키웠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예상과 다르니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어제 서포터들은 실점 순간에도 노래를 끊지 않고 계속 했습니다. 3골 모두 그랬습니다. 실점의 순간을 눈앞으로 보면서 계속 노래하는 심정은 참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경기 후에도 혹시 통제되지 않는 한두 명이 아쉬운 소리 지를까봐 다들 차라리 빨리 자리를 떴습니다. 경기 후 우리 선수들을 못 보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인데, 또 누군가 참지 못하고 한 소리하면 분위기 더 죽었을 것 같기는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올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부 선수가 시즌 시작 전부터 부상으로 출전이 어려웠고, 나오기 시작한 선수도 상태가 좋지 않아 보입니다. 없는 살림에 주축 2명이 장기 차출 중이고, 루페타는 글쎄요.. 루페타 착해 보여서 뭐라고 하기 힘들고 -.-; 이럴꺼면 박호민 등 국내 선수에게 되든 안 되는 계속 기회를 주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기본적으로 우리 선수 구성이나 투자가 플옵 요구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다시 이야기한다면, 빌드업의 마지막. 문전 앞에 적극성을 요구합니다. 크로스와 중거리 슛도 보강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감독이 보기에 실력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우리 구단에 있는 지금 현재 구단과 지역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고, 현재 상태에 대한 만족감을 보이는 선수들을 우선 기용했으면 합니다. 과거 구단, 과거 영화를 생각하며 우리 구단과 우리 지역에 심적으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선수가 혹시 있다면 플레이 중에도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현재 상태에 만족하고, 상황을 개선하려는 선수들을 우대하여 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마인드가 전제 되어야 투쟁심이 나타날 것 같습니다. 경기 결과 나빠도 그런 선수들과 함께라면 나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