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통해 교훈을 얻은 게 많은데, 그 중 하나가 "좋은 일은 쉽게 한꺼번에 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좋은 일이 좀 있을 것 같으면, 안 좋은 일이 꼭 있는데, 실제 살면서 꽁돈이 생기면 갑자기 목돈 나갈 일이 있어서 허탈하고 그렇더라구요.
그렇다보니 이른 선제골이 터지면 오히려 불안하고, 그래서 골이 들어갈 때 마음껏 좋아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기고, 연승을 하면 그 이후에는 경기장 갈 때마다 불안하고.. 말하고 보니 대체 이게 뭔가 싶네요.
전남전에서 루페타가 멋지게 골을 넣었습니다. 바사니는 의외의 피지컬과 전투력을 보이며 새로운 모습을 보였고, 한지호가 첫 골을 넣었고, 정희웅 100경기, 부천 팀통산 500골.. 하지만 승리는 따라 오지 않았습니다. 집안 잔치가 벌어질 정도의 경사가 겹칠 수 있었는데, 역시나.. 좋은 일은 쉽게 한꺼번에 오지 않았습니다.
이 경기는 전남 선수의 (우리 입장에서 볼 때) 필요 이상의 과격한 플레이로 우리 선수들이 비교적 초반에 두 명이나 실려 나가면서 무게추가 기울었습니다. 팽팽한 프로 경기에서 초반에 주전급 두 명이 부상으로 나가면 그 경기 쉽지 않습니다. 저는 전남 경기 결과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이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3골을 넣으면서 분전한 것에 대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수비진에 대해서는 아쉬움의 의견이 많았고, 친구들에게 직접 듣기도 했습니다. 공중볼에 약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 점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네요. 경기 초반에는 발데라마 짝퉁 발디비아가 공을 잡으면 올리지 못하게 붙는 모습이 보였는데, 점점 그에게 공간을 주면서 크로스가 올라가게 되더군요. 그리고 공중볼에 비교적 약한 우리 수비들이 찬스를 허용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우리 수비들이 공중볼에 대한 미숙함이 없지 않지만 한 편으로는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공중볼이 약하면 옆에서 뛰는 선수와 같이 뛰어서 무게 중심이라도 흔들면 그나마 나은데, 따라 붙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정호진 - 닐손 - 전인규 라인에 대한 로테이션이 필요해 보입니다. 4골이나 허용한 수비진이지만 청주전과 김포전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함께 기뻐했던, 수비라인에게 이번 경기 결과로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어서 체력과 멘탈을 회복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예상과 다른 투입 이후 팀의 승리를 지켜내지 못 했지만, 이정빈과 유승현에 대해서도 대체로 플레이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김포전 결승골을 넣고 함께 기뻐한 이정빈의 모습, 과거 데뷔골 널고 울 듯이 기뻐한 유승현의 모습은 제 머릿 속에는 사진처럼 남았는데 두 선수 모두 그런 장면이 과거가 되도록 더 영광스러운 장면을 만들기를 기원하고, 그런 모습을 많이 보고 싶습니다. 잘 모르겠지만, 두 선수 모두 웨이트 좀 더 해서 피지컬 키우면 나아질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안산, 수원 전이 이어지는데, 정말 중요한 일정입니다. 그런데 두 경기 모두 걱정입니다. 남성현 님의 순위표를 보면 안산은 무패패무패 입니다. 저와 저처럼 축구보다가 나이든 친구들은 "에고.. 안산이 이길 때가 됐네"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전남도 우리 만나가 전에 무무패패였습니다. 사이비 분석에 따르면 이길 때가 된 팀이었죠. 이런 흐름을 거스르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준비와 실력이겠죠.
안산 전은 어쩌면 대거 로테이션을 해야할 경기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전남과 경기 후 3일만 이기 때문에 경기를 뛰었던 선수들이 회복이 어려울 수 있어 보입니다. 그 다음 수원도 잘 나가다가 무패패입니다. 팀 구성을 볼 때 우리와 경기 때 승리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팀입니다.
주력 두 선수 부상에, 수비진 체력 저하, 홈에서 3골 넣고 패배 등 마이너스 요인이 많지만, 로테이션을 통해 안산을 홈에서 잡아내고, 오랜만에 수원 원정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길 기대합니다. 아..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좀 다른 이야기인데.. 지난 라운드 우리 홈 관중이 3천 명이 넘습니다. 안양이 5천 명 가까이 됩니다. 부산이 9천 명을 찍고 있습니다. 경기당 1억 넘는 돈을 입장료로 벌어들일 기세입니다. 전남과 경기 이겼다면 안산과 경기 때는 경험상 수백 명 이상이 더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승리처럼 좋은 마케팅이 없습니다.
매 경기 5천 만원 이상 현찰을 벌어들이면 부천 구단은 부천시에서 또 다른 포지셔닝을 할 수 있을 것 입니다. 그리고 그런 성과를 가장 현실적으로 누리는 것은 선수단, 코칭스텝, 구단 직원들일 것입니다. 우리같은 팬들은 구단이 부자가 되어도 입장료 내고 경기장 들어가는 건 똑같죠. 기분이 좋을 뿐입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안산 전 잘 대비해 달라는 의미로 덧붙인 말이었습니다.
참, 한지호 선수 시즌 첫 골 축하하고, 시즌 초에 비해 몸도 많이 올라온 것 같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김포전 어시스트는 여러 번 돌려봤습니다. 그 골 지분의 50% 드립니다. ㅎㅎㅎ 그건 그렇고 주장으로서 이런 힘든 시기에 지금까지 경험으로 후배들에게 좋은 이야기 많이 해주시기 바랍니다(느낌적 느낌일까? 우리 선수들은 좀 멘탈이 약하고 착해 보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