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원전은 결과가 너무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랫만에 수원삼성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였지만, 시간이 너무 흘러서 그런지 생각보다 감응이 없었습니다. 그냥 처음 간 것 같았습니다. 경기 전에는 수원의 오랜 팬들과 역시 오랜만에 만나서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의 경기 상대라는 생각보다는 상당히 반가웠습니다. 나누던 말 중에 "싸우면서 정들었다"는 말을 했는데, 맞는 말 같습니다.
수원 서포터들도 K2 경기를 하면서 상대팀 서포터가 너무 없으면 아마 맥이 빠질 것입니다. 상대가 수원보다 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상대가 되어야 더 전투력도 올라가고, 응원에 참여할 맛이 나지 않을까. 우리가 K3에서 삼척신우전자 같은 팀과 경기하러 가면 서포터를 신기하게 보는 마을 주민들을 만나서 허탈한 느낌을 받았다가, 그나마 서울 유나이티드 정도 만나면 경기하는 느낌이 좀 나고 그랬듯이 말입니다.
수원과 경기의 가장 큰 수확은 서명관이 없는 상태에서 수비진에 대한 로테이션의 가능성을 봤다는 것아닐까. 닐손이 없는 부천 수비가 수원의 공격을 대체로 잘 막아낸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홍성욱, 이상혁 선수 앞으로 기대됩니다. 박현빈도 더 나은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최병찬이 올시즌 중 가장 좋은 활약을 보여줬고, 바사니는 역시 물이 올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자에서 누군가 "바사니가 수원에서 안 좋게 나왔나? 왜 이렇게 열심히 해"라는 말을 듣고 한참 웃었습니다. 지금도 웃겨요. ㅎㅎㅎ
수원전은 아주 잘 한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원이 퇴장이 없었다면 장담하기 어려운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김형근의 선방, 아슬아슬하게 빗나간 굴절된 슛 등 골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장면은 수원이 더 많았습니다. (수원은 이후 아산과 경기에서도 골에 근접한 장면을 많이 만들었는데 골이 안 들어 가더군요. 안 될 때는 안 되는데, 지금이 그런 시점이 아닌가 싶고, 이 구간을 돌파하느냐 여부가 염기훈 감독의 거취를 좌우할 것 같습니다)
수원에게 부러운 것은 역시 경기장이었습니다. 전용구장이 있다고 구단이 반드시 성공하지는 않겠지만, 축구 경기에 대한 몰입도나 분위기는 종합운동장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부천은 가능성이 있는 구단이기 때문에 시설이 큰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대구가 전용구장 없이 종합운동장인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했다면 어땠을까요.
이랜드 전 무승부는 수원전 승리만큼이나 기쁜 결과였습니다. 팬의 경험상 이렇게 뭔가 다 쏟아부어서 결과를 낸 경기 이후에는 선수나 팬들이 다 맥이 풀려서 고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틀만에 경기에서 이 정도로 다 잡고 경기를 했다는 것은 감독코치진과 선수들의 준비 수준이 높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선수들이 이랜드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래도 결과는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바사니 골이 들어갈 때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안재준 교체 몇 분만에 나오는 상황이 있었는데, 선수 교체 그렇게 이뤄진 경기에서 결과가 좋기는 더 어려울 테고요.
이정빈 크로스가 골이 되면서 이정빈은 골과 어시스트 수치를 모두 올릴 기반을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컨디션 잘 관리해서 출전 시간을 늘려가면 더 큰 공헌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수원과 이랜드 경기 보면서 카즈가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지방에 있어서 주중 경기를 직관을 못해서 경기 일정이 원망스럽습니다.
안태현이라고 하셔서 응? 했는데 안재준 생각하시고 적으신 걸 무의식적으로 안태현으로 적으셨나봐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