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라운드 포함 최근 다섯 경기에서 한번도 지지 않은 팀이 K2에 딱 둘 있습니다. 바로 부천과 전남이죠. 전남은 시즌 초반 수비수들의 줄 부상 등으로 고전하던 중 부천 원정에서 4-3 승리 후 완전히 다른 팀이 되었습니다. 전남 감독 이장관은 용인대에서만 15년 가까이 지도자생활을 한 대학축구계의 베테랑 지도자였습니다. 이정도 경력이면 이미 프로 감독 못지않은 대우를 받는데다 한 두해 성적 안 나더라도 잘릴 걱정도 없으니 고용안정성도 매우 높아 굳이 모험을 선택하지 않을 법도 한데 어쨌든 지난해 전남을 맡았습니다. 여담으로 A매치 휴식기에 벌어진 축구인 골프대회에서 이장관 감독이 무려 69타로 우승을 했다고 하니 골프 실력도 상당합니다.
전남은 5월 26일 15라운드 안양원정에서 0-2로 지다 3-2로 뒤집으면서 또 한번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올 시즌 8골을 넣고 있는 공격수 김종민이 이날도 두 골을 잡아냈습니다. 김종민은 수원삼성부터 K3-4와 J2까지 다양한 경력을 가진 92년생 선수인데 지난시즌 천안에서 후반기에는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엔 누구인지 한참을 생각해야 했습니다. 어쨌든 요즘 전남은 물오른 김종민을 타겟형 스트라이커로 박아놓고 발디비아를 중심으로 공격 작업을 전개하는 패턴을 쓰고 있습니다. 촌철살인의 선수 평가로 유명한 정희석 군은 발디비아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그를 “K2 최고의 용병”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지난 2년간 보여준 그의 기량은 과연 명불허전입니다.
휴식기 후의 첫 경기라 양팀 모두 철저히 준비해서 그런지 초반에는 소강상태. 예상대로 김종민은 닐손이 막습니다. 전반 15분쯤부터 전남이 주도권을 잡았는데 순간적으로 수적 우위를 점하면서 아크 부분으로 공을 투입하는 전술에 몇 차례 위험한 장면을 허용했습니다. 운이 좋아 실점하지 않았을 뿐 20여분 정도는 전남의 일방적인 페이스. 35분경부터 부천이 분위기를 바꾸면서 몇차례 날카로운 공격을 했고 전반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후반 들어서는 양팀 일진일퇴를 주고받으며 재미있는 경기를 했습니다. 루페타의 골은 최근 들어 그가 얼마나 자신감이 생겼는가를 보여준 것이라고 봅니다. 보통 골키퍼와 1:1로 맞선 상황에서 오른쪽에서 치고 들어갈 때는 각이 없기 때문에 크로스바를 보고 “조지”라는 게 교과서에 있는 초식인데 전남 GK 최봉진이 뻗은 왼다리와 골 포스트사이의 약 15cm공간으로 공이 빨려 들어갔습니다. 솔직이 루페타가 이 틈을 보고 찼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이제는 이런 게 들어간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거니까요. 그리고 어시스트를 해준 박현빈의 패스도 잊지 말아야겠죠.
상대의 원더골로 동점을 허용한 것은 아쉽습니다. 이렇게 상대 선수가 개인 기량으로 넣은 골은 원인 분석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전에 한 골을 지키기 위해 내려 앉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 생각과는 다릅니다. 동점 골 얼마전 상대 빌드업을 차단해서 단독 찬스를 맞았던 상황을 골로 연결했더라면 2-0으로 끝나는 거였으니 사후분석은 원래 죽은자식 X알 만지기라 그 자체로 무의미한 면이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마지막 1분을 못 지킨 아쉬움이 있지만 경기 내용 자체는 대체로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안재준과 한지호가 부상인 가운데 역할을 해줘야 할 이의형 선수가 폼이 너무 나오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본인이 가장 안타깝겠죠. 어찌 보면 지금이 선수에게 기회인데 털고 일어나서 다시 좋은 모습 보여주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