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팬들 중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승리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 징크스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정경기에서 우연히 어느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이기면 다음에도 그곳만 가게 되는 것 같은 것 말이죠. 저한테 천안에는 경기장 옆 권구성순대국밥이 필승 요새였습니다. 작년 9월 원정에서 일행 세명이 여기서 저녁을 해결하고 비 쫄딱 맞으면서 0대1로 지고 나서는 새로운 장소를 물색해야 했는데, 그 옆 빵집 (수제빵연구소) 승률이 아직 100%임을 확인하고 이곳에서 에어컨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쉬다가 경기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참고로 이집 빵 맛있습니다.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한 무더기씩 사 가더군요.
일요일 청주전 대패 후 이틀 쉬고 하는 경기라 여러모로 부담되는 상황. 수비진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닐손, 전인규를 빼고 이상혁, 홍성욱을 선발로 내보냈습니다. 백3 나머지 한자리는 정호진. 우리가 득점이 많은 팀이 아님에도 2연속 플레이오프에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노련한 닐손을 중심으로 젊은 수비수들을 발굴해서 조직화한 강점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강의빈, 김강산, 이동희 등 해마다 주축이 한두 명씩 빠져 나갔어도 큰 걱정을 하지 않았던 것은 서명관이 성장했고 또 다른 선수를 영입해서 잘 만들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전인규 선수는 K리그2 첫 시즌을 치르고 있음을 감안하면 잘 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니버시아드 은메달, 전국체전 금메달 등 토너먼트에도 강하고 리더십도 있는 선수로 보입니다. 다만 지난 청주전에서 크게 털려서 슬럼프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되더군요. 너무 자책하지 말기 바랍니다. 김포 원정 이정빈의 골을 어시스트한 한지호에게 찔러준 패스가 누구의 발끝에서 나왔는지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제 경기의 첫 실점은 지난 청주전과 거의 흡사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서명관이 없고 닐손도 옛날 같지 않은 상태에서 백3의 문제는 코칭 스탭이 분명 대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반이 끝나기 전 동점을 만들고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희망적인 모습이었습니다. 힘들 때일수록 박형진 같은 고참 선수들이 역할을 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후반에 들어간 최병찬 선수 또한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간 보기 힘들었던 과감한 돌파와 왼발 감아차기 슈팅 등으로 상대 수비를 괴롭혔습니다. 청주전과 비슷하게 어제도 심판이 거친 플레이를 제때 끊어주지 못하면서 전반에 우리 선수들이 고전했는데 후반에는 우리가 소유권을 많이 가지면서 전반과는 완전 다른 흐름으로 주도했고 이는 결국 84분 바사니의 결승골로 이어졌습니다.
어제 경기는 올시즌 부천의 첫 역전승이었습니다. 추가시간 5분은 쉽지 않았네요. 적어도 세 차례 김형근 골키퍼가 선방을 해냈습니다. 특히 마지막의 마지막에는 상대 골키퍼 제종현이 올라와서 코너킥을 머리에 정확하게 맞히는 살벌한 순간이 있었는데 수비가 육탄 방어로 막아냈습니다.
어제 반가운 얼굴들을 보았습니다. 천안 소속인 김륜도 선수가 후반에 교체투입되어 경기를 뛰었고 종료 후에는 헤르메스를 찾아 인사를 했습니다. 부천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갔어도 인사하고 격려하는 문화는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천안에는 수비수 ‘김윤도’도 있으니 혼동 금지) 또, K4 당진축구단에서 군복무중인 박창준 선수가 선수단을 방문해서 승리의 랄랄라를 함께 했습니다. 박창준은 지난해 2월쯤에 입대를 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올해 8월쯤에는 복귀를 하게 됩니다.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습니다.) 모든 승리는 달콤하지만 원정에서는 그 기쁨이 두 배가 되는 듯 합니다.
본문에서 빼먹었는데 이풍연 선수가 떠났으니 여름 이적시장에서 수비수 영입을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