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달전 후배 결혼식에서 멍하니 앉아 있다가 그만 평소의 저 답지 않게
주례사를 모두 들었습니다.
과거가 짐짓 화려했던 주례 선생님이 주례사를 하는데,
듣다가 필기구를 빼 들었습니다.
어쩌면 말 하나하나가 그렇게 와 닿을까요.
그 분이 몇가지 말을 하셨는데, 그중에 '만사일리'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직역하면 "만가지 일이 다 이로움이 있다"
약간 의역하면 "모든 일이 다 이유가 있다" 정도입니다.
결혼을 해서 살면 배우자가 가끔 얼토당토 않은 말을 하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으니 귀담아 듣고 차분히 문제해결을 모색하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이후 '만사일리'라는 말을 깊이 새기고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
우리팀 플레이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고생하는 선수단은 억울할 수 있고, 선수들이 마음 상할까 마음 약한 팬은 좀 안스러울 수 있고,
나는 강성이다는 분들은 아직도 성에 차지 않을 수 있고, 분석적인 분들은 증거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 모두 '一利'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상당수가 "재미없다", "문제있다"고 생각하면 뭔가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승패와도 상관이 없고, 뭔가 명쾌하지는 않지만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누구를 비난하는 그런 차원이 아니라,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한 애정어린 잔소리 차원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삼척 그리고 고양과 경기를 유심히 보았습니다.
그리고 느낀 점은... 공격 루트가 대략 정해져 있습니다.
전개해 나갈 때 대략 어떤식으로 갈지 짐작이 갑니다.
마치 줄거리 아는 드라마를 다시 보는 느낌입니다.
플레이가 매너리즘에 빠진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듭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파이팅이 좀 줄었습니다.
서포터 입장에서는 약팀과 경기할 때, 지는 것보다 안타까운 것은
결연한 각오가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국지적인 플레이를 보면 최선을 분명 다 하고 있습니다.
고양 전때도 많은 선수들이 악착같이 뛰었고, 태클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뭐랄까... 상대를 제압하는 투쟁심이 적어 보였습니다.
축구의 특징이 0-5로 져도, 투쟁심을 보이면 용서가 됩니다.
오히려 연민의 정이 더 강하게 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심판의 판정에 너무 예민한 것 같습니다.
추가 시간 10분 이상이었던 엽기적인 청주전, 에지간하면 심판 흉을 안보는 우리 와이프가
"저 자식 미쳤어"라고 할 정도로 편향적이었던 삼척전, 파울과 인플레이의 기준이 오락가락했던
고양전 모두 심판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 있었던 경기입니다.
하지만, 심판의 판정에 목메면서 경기는 상대팀이 아닌 심판과의 경기처럼 여겨지고,
결국 삼척전 고양전 모두 말렸습니다. 그런 어수선한 분위기가 삼척전 어이없는 선제실점,
고양의 후보 선수에게 감격의 골을 선사하는 치욕에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
전반적으로 구단이나 팬이나 권태기를 맞고 있습니다.
FA컵이라는 바다에서 파도를 헤치며 수영을 하다가,
갑자기 유아용 풀장에서 수영을 하려니 맥이 좀 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차피 우리 도전은 적어도 10년짜리 도전입니다.
100년만에 1부간 팀도 바다 건너에 있다는데, 10년인들 못하겠습니까.
여기서 지칠 것이었다면, 아예 시작을 말았어야 합니다.
...
애정어린 조언은 듣기에 불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선수들도 천리길 마다않고 따라가는 서포터의 의견과 여론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발전의 기회로 삼고, 서포터도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도록 팀이 없던 시간의 고통을 되씹으며
좀 더 능동적인 분위기가 되면 어떨까 합니다.
냉정하게 보면 서포터 포스도 예전만 못합니다.
쫌 많이 과장해서 지난 고양 경기는 제 목소리가 제일 컷던 것 같은데요. ㅋ
마르티스전...
너희들은 이제 K3를 떠나서 동네 조기축구로 돌아가라는 생각으로
개작살 내고 분위기 쇄신합시다.
아 너무 좋은 말씀이에요~
받아 적어 놓아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