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서포터 공식 계정은 아닌 것 같은데 이런 글이 있어서 일단 이 것부터 살짝 반박해 보죠. 아마 90년대 상황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작성한 글 인듯 합니다.
'하이텔 축구동이 유공을 주로 응원하였지만 LG, 일화도 응원하였고, 이렇게 이 팀 저 팀 응원하는게 서포터라고 할 수 있냐?'
전에도 한 번 썼 듯 일단 당시의 축구동 구성원의 대부분은 유공 팬이었고 소수의 타 팀 팬이 있었습니다.
(그래봐야 다 합쳐서 20~30명 내외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때분에 자연스럽게 유공팬을 중심으로 유럽식 응원을 해보자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던 것이고, 이 같은 분위기에 수도권에 거주하는 소수의 타팀 팬들도 여기에 자발적으로 참여를 하게 됩니다. 아무팀 팬이 아니었던 사람들 중 분위기 타 덩달아 유공팬이 된 사람도 있고요.
(목적은 각기 달랐겠죠. 친목도모 차원에서 오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그냥 응원이 좋아서 참여한 사람도 있을테고, 여기서 배워가서 자기 팀 응원하겠다라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등등)
이 때는 프로축구의 인기가 처참할 때라 다른 팀 팬이라고 적대시 하고 그런 것이 일절 없던 시절입니다. 오히려 PC통신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프로축구팬이라고 서로 동질감을 느껴 더욱 돈독해지는 시절이었죠. 그런 관계속에 축구동 응원이 시작된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 예를 들자면 전남팬인 어떤 사람이 이번에는 유공:전남 게임인데 나는 전남 응원하겠다, 나 좀 도와달라라고 하면 유공팬이 아닌 축구동 회원이 같이 전남 응원해주고, 유공팬들은 유공 응원하고.
LG:포항 게임이 있다고 하면 포항팬이 같이 응원해주실 분 모여주세요~하면 게임 없는 유공팬이나 다팀 팬들이 가서 응원해주고 그랬던 겁니다.
일종의 수도권 '응원 품앗이' 시대였던 것이죠.
윗 글과 같이 동대문에서 게임만 벌어지면 일단 가서 그냥 아무팀이나 찍어서 응원하는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여러팀 응원한 것 아니냐? 그렇기 때문에 서포터가 아니다!라고 하겠죠?
당시 삼성블루윙즈 서포터(팬클럽)은 안그랬을까요?
윙즈팬클럽 회원 중 지금까지도 꽤 알려진 분들도 최소 96년까지는 목동와서 유공 팬클럽 사람들과 유공 같이 응원했습니다. 물론 유공 팬클럽 회원들도 수원에 삼성 응원하러 가는 경우도 있었고요. 동대문이라는 공간만 없어졌지 95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겁니다.
심지어 광양까지 가서 전남 응원 같이한 윙즈도 있었다고 하던데. 이 글을 볼진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보고 있는 수원 서포터분들 누군지 선배님들한테 한번 꼭 물어보세요.
이렇게 윙즈팬클럽 분들도 타팀 응원하곤 했는데 위와 같은 기준이라면 최소 96년에는 수원삼성 팬클럽(서포터)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죠?
제가 최소라고 하는 건 명확하게 확인된게 일단 96년이기 때문입니다. 97년까지도 저런 일이 꽤 있었습니다.
유공-삼성 왔다갔다하면서 응원하는 사람도 있고, 타팀 팬과 친분 있어서 놀러갔다가 같이 응원하자, 도와달라 같은 농담반 진담반 같은 이야기에 같이 응원하고 오는 경우도 많았고.
심지어 원정 온 서포터가 너무 적게와서 홈 서포터 중 일부를 (강제)차출해 원정 서포터에 빌려줬다는 도시괴담급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97년부터 슬슬 한팀만 응원하자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이런 분위기를 수원 서포터가 주도했을 수는 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제일 많았으니) 점차 줄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이렇게 되면 응원 품앗이가 되질 않으니 인력난에 시달리겠죠? 그래서 이때 서로 상대 서포터를 빼가려는 암투도 벌어지고요.
서포터 문화 초창기이다 보니 응원가도 몇개 없어서 누가 쓰면 다 따라서 쓰고, 돌려서 쓰고 하다가 붉은악마를 만들며 각 팀에서 쓰는 응원가들을 취합하다가 이건 니네 응원가, 저건 내 응원가 개념이 생긴걸로 압니다.
이렇게 97년까지는 지금과 같은 서포터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습니다. 인원 자체도 굉장히 적었고 전국 서포터 다 합쳐봐야 200명 됐을까요? 그렇게 때문에 서로 거의 다 알고 지내고, 응원 품앗이 해주고 하는 분위기였던 겁니다. 수원까지도요.
지금과 같은 기준이면 수원은 물론 어떠한 서포터도 존재하질 않았던 것이죠.
서포터마다 차이는 있지만 수도권 팀들이 좀 빠르긴 했고, 국내 모든 서포터가 오직 내 팀만을 응원한다라는 분위기는 2000년대부터야 형성됩니다.
99년까지도 부산-울산은 서로 응원 품앗이 해줬으니까요.
내가 잘났네, 니가 잘났네를 가리자는게 아닙니다.
당시에 한국축구에 새로운 응원문화를 도입해보려는 시도를 했었던 모든 분들이 대단했던 것이죠. 그렇게 때문에 지금이 있는 것이고.
그러나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왜곡하지는 말자는 겁니다.
옛날 다 같이 고생하고, 즐겁게 지내셨던 분들이 왜 이제와서 니네는 아니야, 내가 진짜야라고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 새끼 소설 쓰는거 아니야? 라는 일부 역사 반동분자들이 있을까봐 가지고 있는 증거들 중 하나만 올리고 끝내겠습니다.
당시 하이텔에서 활동하시던 분이 1996년 7월 29일 유공:삼성의 목동경기 응원에 대해 스포츠신문 형식을 빌려 재밋게 쓴 응원 후기 입니다.
글의 요지는 95년 '하이텔 축구동'을 등에 업은 '유공 응원단'이 잘나갔으나, 96년 수원 삼성으로 대거 '전향'하는 등의 이유로 전력누수가 심각하다라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96년 이후 재탄생(96년 이후라면 언제를 이야기하는건지? 어떤 사람은 96년에 부천 응원단 없었다라는 주장도 하더군요)한게 아니라 95년-96년 유공 응원단이 이어지네요? 역사 주장은 이렇게 근거를 내놓고 해야죠. 말로만 우긴다고 되는게 아닙니다.

근데 저 처음왔을때도 응원 안한다고 갈구고 야지주고, 응원 강요하고 그랬었는데 저때부터 내려온 유구한 전통이었을 줄이야...
태동 자체의 의미를 거부한다면 삼성 애들 모임 시초는 삼성 직원이 주도한 모임의 따까리인데 뭘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지 모르겠음 ㅋㅋ 96에서 95로 창씨개명이나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