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2월 당시 하이텔 서비스의 '동호회' 중에서는 축구동호회 뿐만 아니라 야구동호회도 없었습니다.
의외이실지 모르겠지만 그랬어요.
아마도 당시 '동호회'라 하면 특히 스포츠/레저 쪽의 동호회는 실제로 모여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만든 동호회들만 있었습니다. 테니스 동호회와 스키동호회가 실제로 있었죠.
하지만 축구/야구는 없었습니다. 축구는 이미 '사회축구인'으로 불리는 조기축구회들이 있었고 이들은 이미 전국단위의 조직으로 조직완성이 되어 있던 때입니다. 그리고 그들 중에 'PC통신'을 하는 분들은 진짜진짜 아주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 봐도 전국적으로 조기축구회를 나가는 분들 중 PC통신을 하시는 분들은 100명도 안되었을 거에요. 제가 컴퓨터공학 전공자인데도 제가 다니는 학부 300명 안에서도 PC통신을 하는 사람이 20-30명(하이텔 말고 까지 천리안 포함)정도밖에 안되었고 광운대 안에서도 나중에 K-NET이라고 하여 [PC통신 대학교 동아리]도 10여명이서 만들었었습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좀 충돌되는 부분이 있지만 이건 또 설명할께요.
[축구/질문] 하이텔 축구동호회는 왜 없는거죠?
이 글은 1992년 sports 게시판을 달구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왔습니다.
답은 '현재는 없다' '글쎄요? 만들어질 만한데 안만들어졌네요'
이러면서 야구 좋아하는 분들도 '그러고보니 야구동도 없네?' 하며 어느 순간부터 하이텔에 야구동호회를 만들려는 모임이 생겼습니다. 그러며 sports 게시판에 [야구동] 이라는 말머리가 붙은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 몇몇도 [축구동] 이라는 말머리가 붙은 글을 올리기 시작했구요.
당시 명령어창에는 list 명령어의 약자로 Li, LT 명령어가 있었습니다. Li는 ID로 찾는 것 즉 글쓴이로 찾는 거였고 LT는 제목에 쓰인 단어로 글을 찾는 거였습니다.
저도 어느 순간 LT 축구동 이라는 명령어로 sports게시판에서 축구관련글을 찾기 시작하고 [축구동] 이라는 말머리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여기까지 걸린게 하이텔에서 ID만들고 10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제가 한번 발동 걸리면 돌진하는 성격은 그때도 여전했네요. 나중에 또 쓰겠지만 하이텔 축구동 만들기 위해 진짜 다른 사람들이 볼때 '불같았다' 하는 에피소드도 몇 있습니다. 쓰다보면 몇개는 공개될지도...
일단 갑갑하다보니 동호회를 만들기 위한 규정도 찾아봤습니다.
"발기인 30명"을 모아서 1년에 2-3차례 있는 동호회 신청 시기에 신청하면 하이텔 본사에서 검토를 하고 만들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에는 제깍제깍 만들어 줬지만 이땐 이랬습니다. 서비스 게시판 늘리려면 안에서 DB작업들을 많이 해야 하고 하기에 그렇겠구나. 싶었습니다.
당시 PC통신은 '케텔'과 '천리안'이 있었고 케텔이 서비스 종료하면서 하이텔로 넘어온지라 좀 뒤숭숭한 분위기였습니다. 아마 '케텔 촛불' 아는 분이면 진짜 PC통신 오래 하신 대선배님이십니다. '촛불시위'는 제가 아는 한도 안에선 이 '케텔 촛불'이 최초입니다. 온라인 동호인들이 만든 대한민국의 한 문화의 편린이라고 생각합니다.
30명.
동호회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인원.
음...하이텔 가입한지 보름도 안된 놈이 주동이 되기엔 부끄러웠습니다. 그냥 꾸준히 축구글이나 스포츠 글을 sports 게시판에 올리고 가끔가다 글 끝에 '축구동호회가 만들어졌음 좋겠다' 라고 썼습니다. 요즘말로 하면 꾸준글 올린거죠.
그리고 어느 날 james008 이라는 분에게서 메일이 왔습니다.
[james008 축구동호회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뭔가 왔구나! 그날 참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답변 메일 하는데 무척 즐거웠던 기억이었습니다.
저는 형편이 안되어 PC통신은 못했는데 글을 읽고 있으니 그 시절이 많이 생각나고 좋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