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로 어디서 만날건지를 주고받으면서 의논했습니다.
나중에 나우누리에서 나오게 되는 '쪽지' 기능이 당시에는 없었고 핸드폰도 지금같지 않던 시절이었죠. 1996년인가? 1997년인가에 '씨티폰' 이라는게 나오고 PCS라는 놈이 나오면서 핸드폰이 일반화 되었죠. 이땐 그런게 없었기 때문에 만나는 것도 무슨 스파이 접선하듯이 봐야 했습니다.
다행히 하이텔 서비스 안에 '채팅방'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무작위로 대화방제목을 정하고 만날 수 있는 서비스였고 여기서 비밀방도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james008을 채팅방에서 만났습니다.
서로 인사말을 주고 받은 뒤 james008의 채팅줄에 나온 글은 이거였습니다. '축구동호회 만들어 봅시다' '제가 [축구동]말머리를 쓰는 사람들 ID숫자를 세어보니 30명은 넘는거 같습니다. 그중 가장 글 열심히 쓰는게 Tirano님이라 먼저 연락드렸습니다. 동호회 가능할것 같습니다'
두근거렸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여럿 했고 조만간 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james008을 만나기 전에 Lovetree라는 분과도 친분을 쌓게 되었습니다. 그분도 축구동호회 만드는데에 큰 관심이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역시 그분도 채팅방에서 따로 만났고 james008이 축구동호회 만드는데 앞장서겠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조만간 직접 만나기로 했다고. 그러자 Lovetree도 같이 보자고 하더군요. james008에게 이 말을 전하니 같이 보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만나기로 했습니다.
만나는 곳은 교보문고로 정했습니다. 지금이나 그때나 교보문고가 편했죠.
만나는 곳은 12번 서가. 그때 12번 서가가 취미관련 서가였고 거기에 축구관련이 있다보니 축구관련 책 꺼내서 보고 있겠다고 했습니다. 핸드폰이 없는 시절이니 당연히 그렇게 자신의 인상착의와 특징적인 거 하나씩 정해놓고 봐야 했습니다. 이걸 당시 "007 미팅"이라 했어요.
맨 처음 나온건 Lovetree 였고 바로 james008도 왔습니다.
이게 하이텔 축구동을 만든 역사적인 첫 만남이었습니다.
james008은 케텔 시절부터 활동한 지금으로말하자면 PC통신에서 고인물 급인 분이었고 Lovetree 는 저보다는 조금 더 오랫동안 pc통신을 한 분입니다. 제가 가장 초보였죠.
james008은 마침 집에 프린터도 있고 해서 관련 규정들을 싹 다 프린트해 왔고 sports게시판에서 활동 많이 하는 분들 리스트를 뽑아가지고 오셨습니다.
이분들 중 지금도 기억나는 몇몇 분들이 있습니다. 이순화 님(이분이 정말 하이텔 축구동호회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산파 역할을 해 준 분입니다) 우승필 님, 양왕성(이분 '한글과 컴퓨터'의 초기멤버인 분입니다. 나중에 '한글과 컴퓨터'라는 회사 직함을 결정적인 순간에 한두번 써 주셨죠)님 정지은 님 같은 분들이셨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발생했습니다.
바로 하이텔 규정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james008 이분이 대표를 할 수 없다는 거였습니다.
아니 사람 다 모아놓고 저까지 불러낸 사람이 왜 대표를 안해?
술술 읽히는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