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경기 후 멍한 패닉 상태가 좀 오래 갔습니다.
이제 조금 머리가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우선 부산 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인데,
이 경기 참 애매하게 되었습니다.
이기면 수원의 플옵 진출 상황에 도움이 됩니다.
지면 수원은 플옵이 애매해집니다.
게다가 우리 리그는 거의 끝났습니다.
그런데 머리 속 안개가 좀 걷히고 이런 변수들도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리그는 안 끝났습니다.
끝까지 최선을 하다는 게 스포츠이고 리그에 참여하는 구단의 기본 자세입니다.
부산 전의 승패에 대한 여파는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최선을 다해서 리그 마지막 경기를 뛰고
그 결과를 받아 들이면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원정을 가는 것도 망설였습니다만..
저는 이럴 때는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서 생각을 하게 되는데..
서포터는 지지하는 클럽을 위해 끝까지 함께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어떤 상대에 대한 사람의 인식이나 감정은 모두 다를 수 있고,
같은 서포터이면서 상황에 따른 개인적 결론은 다를 수 있습니다.
나 이번 시즌 열받아서 도저히 못 가겠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하나의
가능한 선택지이고 가능한 의사표현이라 생각합니다.)
한 편으로는 이번 시즌의 이 같은 결과는 리그를 함께 뛴 서포터도 함께 이고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12번째 선수로서 우리가 열심히 하면 경기에 영향을 미치고,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노래하고 구호를 외치며 같은 옷을 입고 함께 뛰는 서포터즈의 기본이니까요.
아무리 열심히해도 완벽한 찬스에서 하늘로 공을 차버리면 우리가 어떻게 하겠습니까만
그렇게 믿고 이 생활을 시작했으니 나도 부족했다고 생각하면서 시즌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아래 사진이 얼마전 페이스북 추억 추천으로 떴습니다.
우리가 K3에 있을 때 선수 수당이 부족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사실 자주 그랬습니다. 운영진이 돈을 걷어도 부족했는데,
"리그 참여를 중간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새어 나갔고.. 미국에 있는 한 헤르메스의 1000만원 송금을 시작으로
순식간에 3~4천이 모였고, 수당을 지급하고 선수단 원정버스를 굴렸습니다.
그리고 그 소식이 K1구단 소식 제치고 포털 사이트 '많이 본 기사'에 여러개가 올라가고
첫 화면에도 올라갔습니다.
이 사진을 보니 우리는 K3에서 꿑같은 K2승격을 이뤘네요.
이렇게 끌고 온 팀인데, 이 정도로 주저 앉을 수는 없고..
지옥에도 다녀왔는데 아까운 이번 시즌도 또 털고 가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한 해 동안 모두들 고생 많으셨고, 여건 되시는 분들은 부산에서 봅시다.
저는 선수들이 올 시즌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인연이 되는 선수들은
또 내년에 좋은 추억을 함께 만들었으면 합니다.

개삼성은 좆같지만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저희 축구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