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휴식기도 하니 우리 팬들도 쉬어가는 차원에서 간단한 옛날 이야기 풀고갑니다. 술은 마셨는데 소설은 아닙니다.
98년 언젠가부터 안양 서포터들이 외국 서포터들이 쓰는 그 홍염을 쓰기 시작하는데.
이게 잠시나마 K리그 서포터계에 핫한 이슈로 등장합니다.
연막탄은 소방용품점에서 구해서 썼는데, 대체 아무리 찾아봐도 못구하던 홍염을 어떻게 구해서 쓰냐는 것이죠.
(나중에 생각하니 당시 서포터들이 외국 축구에서나 홍염을 봤고 단순히 화약 응원도구로만 생각했기 때문에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지만요)
당시는 서포터들끼리 다들 친분이 있는 때라 안양 서포터에 물어보기도 했는데 이 양반들이 죽어도 안알려줍니다.
몇몇 형님들은 쓰고 남은 홍염껍데기라도 보면 뭔가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문익점의 심정으로 적진에 가서 가져오겠다라며 안양종합운동장까지 찾아가서 잠복했으나, 다녀온 후 그 당시 표현을 그대로 쓰자면 '개xx들이 내가 2시간을 옆에서 기다렸는데 쓰고 남은 홍염껍데기까지 다 회수하더라.'라며 울분을 토하기도.
그렇게 도저히 홍염을 구할 수 없었던 형님들.
99년 시즌전 직접 제조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청계천 약품상에가서 이것저것 사온 후 목동운동장에서 테스트를 했는데 .
토치로 불 붙여보니 제법 그럴듯 하게 빨간 불빛이 나옵니다.
됐다하고 99년 3월 31일 수원 원정 개막전에서 사용 한 결과.

당시 itv 중계화면을 켭쳐했던 모습인데 사진상으로는 그럭저럭 괜찮죠? (게이트기도 저떄 최초로 사용)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불똥이 너무튀어서 위와 같이 주변사람들 유니폼에 다 빵꾸나고, 누나들 가방 빵꾸나고 아주 난리가납니다. 경기도 역전패하고...
그 뒤로 한두번인가 더 사용하다가 민원이 너무 많아서 중지. 사실 위험하기도 굉장히 위험했죠. 첫경기때는 다들 내가 해보겠다고 나섰으나 두번째부터는 서로 안한다고 하고 다 피했던걸로 기억합니다. ㅠㅠ
이렇게 홍염의 꿈은 멀어지나 절망하고 있었으나 얼마지나지 않아 홍염이라는게 해상조난용 신호기다라는 말이 슬금슬금 퍼지고(나중에 생각해보니 영화 타이타닉에서도 나왔습니다), 이때부터 각 서포터들이 해상용품점에 전화해서 홍염을 구입하기 시작하면서 99년 중반부터 부천, 전북 등등이 사용하기 시작하고 99년 시즌 끝나기전엔 모든 서포터들이 시도때도 없이 홍염을 터트리는 대홍염의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여담으로 왜 이름이 홍염이지?라는 의문이 항상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한화에서 만든 제품이름이 '신호홍염'.
한화제품이 2만5천원, 일제가 3만원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군산 어디 용품점에서는 유통기한 지난거 떨이로 몇십개씩 팔고 그랬었는데...
이게 식품도 아니고 뭔 유통기한이 있어?하고 뭉탱이로 샀다가 써보니까 반은 점화가 안되서 당황하다가 토치로 불붙여서 쓰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마지막으로 홍염 사진 한장 던지고 갑니다. 저때는 홍염이 넘쳐나던 때라 그런지 바닥에도 던져놨었네요.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