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토레이배 3on3 농구대회를 기억하십니까?
1990년대 초반에 3on3이 인기를 얻자 게토레이가 후원에 나서 만든 대회입니다.
상당히 핫했죠.
위키백과에서는 한국에서 3on3의 시작을 2015년을 시초라고 하지만 실제는 아니었습니다. 1990년대부터 이미 3ON3 대회는 있었고 음료회사의 지원도 있었습니다.
그 3on3에 대해서는 하이텔 축구동호회의 지분도 어느정도는 있지 않았을까? 하는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합니다.
후원업체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james008 양현덕 님은 게토레이와 접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축구대회를 열어보는 것에 대해 접촉했고 승인을 받아냈습니다.
와...이거 만든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런게 되나?
양현덕님의 그런 진행능력은 정말 좋았죠.
좋은 소식을 가져오자마자 바로 하이텔의 모든 동호회가 몇개인가를 놓고 숫자를 세기 시작했습니다.
대략 300개가 넘었습니다. 회원수는 몇명인지도 알아보고 해서 이런 DB가 쌓였습니다.
월드컵 지역예선 시뮬레이션 표 만드는 느낌이었습니다.
본선 티켓을...분야별 동호회별로 몇장을 줘야 할지. 그리고 동호회 숫자가 적은 분야는 몇장 줘야 할지 아님 회원수 별로 또 몇을 해야 할지...그러면 특정 동호회는 2장 이상을 둬야 할지 고민고민이 계속되었고 안을 계속 만들면서 이때 운영진 넷은 몰래 채팅방을 만들어서 이야기 하느라 바빴죠.
그런데 고전게임동호회의 이순화 대표시삽님이 소식을 하나 알려주게 됩니다.
"조만간 신작게임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간에 축구동호회 소개 시간을 만들까 하는데 어떠세요?"
두말할 것 없이 승낙했습니다.
발표하는 게임은 RPG게임의 명작 중 명작으로 꼽히는 '울티마'.
정확히는 '울티마 7'의 속편 "Serpent Isle" 의 발표회였습니다.
발표 장소는 용산 "전자월드" 건물 지하의 하이텔플라자(장소이름이 맞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였습니다. 하이텔 플라자는 여기 말고도 나중에 대학로에도 생기고 했거든요. 뭐 지금은 다 사라졌습니다. 전자월드 지하의 그 큰 세미나장도 지금은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튼 순서는 울티마 7-2 전에 울티마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본편인 써펜트 아일을 리뷰하는 막간에 하이텔 축구동호회에 대한 소개를 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어이쿠 왜 이런 일들이 겹치지? 바쁘게 준비하고 어떤걸 소개할까 놓고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양현덕님에게도 '이거 말하다가 게토레이와의 이야기 해도 되나?' 하고 물어보았습니다. 괜찮다고 하더군요. ㅇㅇ 그래 그럼 이거까지도 이야기 해 보자 하고 의견을 맞췄어요.
그리고 그날이 다가왔습니다.
한국에서 인기좋다는 MMORPG게임의 초석을 쌓은 RPG게임이 바로 '울티마'입니다.
그 당시는 온라인 게임은 없던 때입니다. 아니 있더라도 텍스트로만 했고 기껏해야 네트워크에 올린 게임을 통해 '총합 점수'의 순위가리기나 하는 정도였고 많은 게임은 패키지 형식이었습니다. 지금 플스나 X-BOX에서 싱글 플레이 하는걸 PC에서 했다고 생각하심 됩니다.
그래도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울티마' 게임이 발매 전 먼저 선보인다는 것에서 발표회장은 사람이 꽉꽉 채워졌습니다. 200명 넘게 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 얼마전 디아블로가 발표회를 하는데 왕십리역 앞의 광장을 쓰고 스타크라프트2가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선공개 되었을 때 체육관 하나가 꽉꽉 찼던 것에 비하면 작을지 모르지만 1990년대 초는 이제 막 시작되는 때인만큼 100명만 넘어가도 꽤 큰 것이기도 했습니다.
"사람 많은데 떨리는데..." 하고 긴장되었지만 james008 양현덕님과 Lovetree 김현희님이 격려해 주셔서 정신을 다잡고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소개받은 축구동호회의 임시 대표시삽 Tirano양원석 입니다. 이런 큰 자리에 초대를 받은것도 모잘라서 이렇게 동호회 소개의 시간을 주신 이순화 고전게임동호회 대표시삽님께 감사를 표합니다."
로 시작된 내용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여기 오신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께 감히 이야기 드립니다.
축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PC통신에서는 케텔시절부터 축구동호회가 없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 이야기를 온라인에서 할수 있고 게임을 구하고 공략법을 이야기 합니다. 저도 고개동과 시뮬동에서 게임공략법 많이 보면서 게임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 즐거움을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직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PC통신을 한지 석달을 조금 넘긴 초보입니다. 그래서 고개동의 운영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제가 이 동호회를 만드는 이유는 하이텔 서비스에서 축구 이야기 싣컷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여기 오신 분들도 축구 좋아하는 분들 계실 겁니다. 고개동 자유게시판에서 이야기 하기 어려웠던 가벼운 축구 이야기도 좋습니다. 축구동에 오셔서 해 주세요. 전 축구 좋아하는 분들 한분이라도 더 오셔서 더 즐겁게 축구이야기 하고 축구를 꼭 경기장에서 하고, 경기장에서 관람하고 TV중계를 보는 것만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증명하는 것이 바로 여기 오신 분들입니다."
"이 울티마라는 게임은 전 세계의 게임팬들을 이렇게 모으고 있습니다. 게임 자체의 재미로 신작이 나올 때 마다 관심있는 많은 분들이 모이고 게임이야기를 합니다. 축구도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오래지 않아 그런 모습을 보실겁니다. 적어도 하이텔 축구동호회는 한국에서는 그 처음입니다. 언젠가 여러분은 '하이텔 축구동호회를 우리가 처음 소개를 들었다'는 이야기를 몇십년뒤에 하실 수 있도록 열심히 운영해 나가겠습니다. 하이텔 축구동호회는 한국 축구의 팬들이 디지탈 세계에서 활동했다는 이정표를 세울 겁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서 양현덕, 김현희 님에게 '그거 이야기 해도 될까?' 라고 하자 둘이 고개를 끄떡여주었습니다. 바로 이야기를 했죠.
"정식 동호회가 되지 않았지만 게토레이로부터 지원을 '온라인 동호회'들이 참가하는 축구대회를 기획하고 개최하는 것에 대한 지원을 받기로 했습니다. 정식동호회가 되면 바로 이거 진행해서 올해 안으로 출범시킬 것입니다. 고게동(고전게임동호회를 이렇게 줄여 불렀습니다)의 이벤트처럼 제대로 잘 치뤄보겠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고게동 대표시삽님께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박수소리를 받고 내려왔습니다. 또 한걸음 내 딛은것 같았습니다. 고게동의 뒷풀이에는 참가하지 않고 두분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자 이제 제대로 뭔가 돌아가보자.
그런데 여러분은 '게토레이배 축구대회'는 들어본적이 없는데? 라고 하실 겁니다.
그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때 동호회 만들려 준비중인 축구동과 야구동은 긴 시간동안 기다려야 했습니다. 어쩌면 아예 만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과 좌절감이 함께 몰려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Tirano님 안좋은 소식을 전해드리게 되었습니다. 동호회 개설이 지금은 안됩니다"
>네??? 아니 뭔일입니까. 5월에 심사 아닙니까?
"네 맞지만 지금은 안됩니다"
멍...해졌습니다. 이게 뭔 일이지?
와. 여기서 끊나요?!?